코스닥의 훈풍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예비·초기 벤처기업들에도 그들의 미래가치를 담보로 투자자들에게 사업가치를 어필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에 따라 남다른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을 하는 벤처기업이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사업화단계로 전환하는 핵심적인 골격으로 비즈니스모델(BM)이 주목을 받았다.
BM이란 쉽게 말해 기존의 비즈니스와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고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할 것이며 언제, 어느 시점에서 수익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벤처기업의 총체적인 마스터플랜이다. 일정한 사업기반과 자본을 가지고 출발하는 일반기업과 달리 벤처기업은 대부분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때문에 창업단계에서의 모델 정립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디어개발-창업구상-비즈니스 설계-창업-투자유치-성장-기업공개(IPO) 등 일련의 벤처비즈니스 과정을 통해 하나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첫 단추를 꿰는 것이 바로 BM개발 단계다. 이 BM을 통해 확실한 수익기반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 성장에 필요한 타이밍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벤처붐이 일면서 BM에 대한 개념이 예비 벤처기업은 물론 투자가들의 주 관심대상이 됐다. BM 관련 각종 세미나가 줄을 이었고 실리콘밸리의 선진 BM 작성요령을 소개하는 강좌가 잇따랐다. 심지어 BM 대행업체까지 등장했다. BM의 등급에 따라 초기 종자돈(시드머니)의 규모가 달라졌다. BM의 특허시대가 열린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특히 인터넷비즈니스를 선점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특허지원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BM특허 출원이 두드러졌다. 단순한 사업아이템이 아니라 정보통신시스템과 결합한 영업방식의 발명이라 할 수 있는 BM특허는 △사업성 모델 △프로세스 모델 △데이터 모델 등 3요소를 만족해야만 인정된다. 이 과정에서 단순 아이디어를 특허출원하거나 기존 비즈니스를 일부 변형, 출원하는 등 「묻지마 출원」 현상도 나타났다.
코스닥 주가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이와 동반해 퍼지고 있는 벤처위기론으로 인해 기존 벤처업체의 경우 「P2P(Path to Profit)」, 즉 확실한 수익모델을 제시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에 신생 벤처기업은 최초 및 추가 펀딩을 위해 BM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점에 봉착했다.
그러나 국내 벤처기업가나 예비 벤처인들은 아직 BM이 벤처비즈니스에 얼마나 중요한지 정확한 개념정리를 하지 못하고 기존의 사업계획서쯤으로 축소해석하기 일쑤다. 경쟁력 있는 특정 비즈니스에 특화하지 못한 채 이것 저것 보유기술과 사업가능한 모델을 모두 나열하는 주먹구구식 BM을 제시하는 벤처기업들이 부지기수다.
CCC벤처컨설팅의 공석환 사장은 『이제 지속적 수익창출을 위한 확실한 비즈니스모델의 수립은 벤처비즈니스의 최대 관건이 됐다』면서 『아무리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해도 이를 바탕으로 회사성장 모델을 체계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투자가들로부터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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