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중소기업 금융지원 추진방향... 중소기업청장 한준호

정책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나 경제활동 주체인 기업의 입장에서도 비전을 설정한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할 뿐 아니라, 그러한 변화에 대한 소망과 의지도 담게 마련이다.

지난 60년대 이후 반세기도 경과하지 않은 동안 우리 경제가 겪어온 변화의 과정에 비추어 우리 경제의 비전을 쉽게 규정하는 것이 다소 무모한 일이긴 하다. 다만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중심세력으로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경제체제, 이 모습이야말로 우리 경제 비전에 대한 모범답안 중의 하나일 것이다.

「21세기 중소기업의 시대」에는 분산된 경제력을 기초로 하는 견제와 균형,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기동력과 탄력성, 다수로부터 도출되는 창조적 아이디어, 부의 균형 분배 등 그간 우리 경제 운용상 지적된 많은 문제점이 자연스럽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 중심의 바람직한 21세기를 위해서는 많은 과제를 접하고 해결해야 한다. 디지털·인터넷·네트워크 등 21세기를 움직이는 키워드에 비추어 볼 때 중소기업의 자금문제는 다소 구태의연하게 들릴 수 있으며, 중소기업을 위한 자금지원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있다.

그러나 자금은 기술·인력·설비·마케팅 등 중소기업의 경영활동에 투입되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기 위한 필수요소이며 중소기업은 금융시장에의 접근 가능성이 취약하다. 따라서 자금분야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변함없이 계속되어야 하며, 거시적 금융정책과는 별도의 미시적인 중소기업 금융지원 기능을 필요로 한다. 세계 각국이 중소기업을 위한 경제 및 사회정책적 지원수단을 발굴하고 있는 것은 중소기업이 성장과정에서 겪어야 하는 문제점에 대한 정부 역할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21세기 중소기업시대」를 위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추진방향을 개략적으로 소개한다.

먼저 중소기업의 금융시장 접근가능성(accessibility) 제고를 위해 금융제도 및 관행을 꾸준히 개선하는 한편, 금융기법 선진화와 기술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확대를 유도해 나갈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의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금융상품 발굴에도 주력고자 한다. 최근 금융기관의 풍부한 유동성과 정부의 노력이 어우러지면서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둘째,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자금은 창업, 기술력 및 수출 등 시장실패(market failure)가 발생하는 부분과 기업의 연쇄부도 방지 등 경제안전망(safety network) 확충에 집중하면서, 지원방식도 융자 위주에서 투자 위주로 전환됨으로써 기업의 재무구조 건전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민관협력을 통해 지원효과를 제고시켜 나갈 것이다.

셋째, 중소기업의 자금이용 가능성 제고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신용보증의 경우에는 보증기관간 전문화, 지원방식 다양화 등을 통해 보증지원의 내실화를 추진하고, 신용보증의 혜택이 각 지방의 소기업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역신용보증 기능의 꾸준한 발전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이상과 같이 정부는 중소기업이 원칙적으로 금융시장을 통해 원활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고 정책자금을 통해 금융시장을 보완하는 한편, 실제 수요자인 중소기업 중심의 금융지원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지원은 경제적 약자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핵심축 육성을 위한 것이므로, 같은 맥락에서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이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중소기업의 시대」는 우리 경제가 나아갈 비전임과 동시에 당위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수요자 지향형 금융여건 조성과 지원체계 구축에 주력하는 한편,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차입 위주의 경영방식을 개선하는 등 수요자인 중소기업의 노력이 병행됨으로써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운용을 뒷받침하는 금융기반이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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