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2000 핵심테마 집중진단>7회-굴뚝산업

벤처산업의 급성장은 벤처기업은 물론 벤처인큐베이팅 등 주변산업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듯이 벤처붐으로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빛을 본 반면 피해를 본 세력도 적지 않았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일반 제조업체다. 그동안 줄곧 한국경제의 주축이자 수출역군으로 각광을 받던 제조업은 벤처붐 조성 이후 「굴뚝산업」으로 치부되며 홀대를 받았다.

특히 인터넷서비스·인터넷솔루션·SW·게임·전자상거래 등 비제조 벤처기업들이 테헤란로 등 서울의 주요 벤처밀집 지역에 집중되면서 마치 「벤처기업=비제조업」으로 잘못 이해되면서 제조업체들의 상대적 발탁감이 극에 달했다. 국가적인 관심이나 지원정책도 부품·소재·장비·완제품 등 제조업 분야보다는 비제조업에 집중됐다.

주식시장에서 굴뚝업종의 소외감은 더욱 컸다. IMF 이후 벤처붐이 일기 전까지만 해도 초우량업종으로 분류돼 고가행진을 계속하던 우량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맥을 못췄다. 매출이 100억원도 안되는 인터넷기업이 수천억원대의 매출에 수백억원의 이익을 내는 중대형 제조업체의 시가총액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굴뚝산업에 대한 왜곡된 시각은 비상장·미등록기업에 대한 투자가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벤처캐피털들은 같은 벤처기업이라도 제조업체는 성장이 더디고 기업공개(IPO)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다는 이유로 투자를 꺼렸다. TV부품업체인 K사 사장은 『서울의 벤처기업들이 특별한 기술도 없이 비즈니스 모델만으로 수십억원의 펀딩에 성공하는 현실에 엄청난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굴뚝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조업체들의 몸부림도 본격화됐다. 대표적인 현상이 상호변경. 첨단 이미지를 심어주자는 취지다. 이같은 현상은 대덕산업·동양전원·새한정기·삼성전관·대영전자 등 우량 중견기업과 대기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조업체들은 이와함께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업목적에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등을 추가했으며 유망 벤처기업 인수를 통한 이미지 쇄신을 적극 꾀했다.

그러나 벤처거품론이 고조되고 벤처조정기가 장기화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인터넷서비스 등 수익기반이 취약한 비제조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굴뚝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제조업체들이야말로 확실한 수익 모델과 마케팅 기반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벤처스타로 떠오른 많은 벤처기업들이 바로 제조업이라는 사실도 일반인들에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창투사 등 벤처캐피털들도 제조업 투자 전문 벤처펀드를 잇따라 결성하는 등 투자의 중심을 제조업쪽으로 빠르게 돌렸다. 산자부는 부품·소재산업투자기관협의회를 설치하고 부품소재산업 육성책을 내놓는 등 제조업 육성에 뒤늦게 나섰다. 중기청도 제조업 전문 펀드 결성을 적극 유도했다. 그야말로 굴뚝산업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이해와 평가가 달라진 것이다.

제조업 관계자들은 『인터넷 등 소프트한 비즈니스가 성장속도가 빠르고 단기간에 IPO가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시스코·HP 등 벤처정신으로 출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상당수 기업이 제조업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특히 우리는 제조업으로 성장해왔고 제조기술에서 경쟁력이 있어 제조업과 비제조업간 유기적 결합을 통해 한국형 벤처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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