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DVD시장의 올해 조짐은 일단 긍정적이다.
플레이어와 롬 드라이브 등 DVD 하드웨어의 보급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타이틀 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에따라 하드웨어 보급은 올 연말께면 지난해보다 10배 정도 증가한 20만대 보급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타이틀 수는 700∼800편에 이를 전망이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비디오를 대체하고 명실상부한 영상미디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제 또한 적지않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선 DVD 타이틀을 볼 수 있는 하드웨어 보급을 촉진하기 위한 마케팅 지원이 태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매체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가구당 보급률이 최소 5%를 넘어서야 하지만 현재의 보급률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따라 하드웨어업체와 소프트웨어업체가 공동 마케팅을 통해 번들판매를 추진하는 등 수요부양에 나서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전사적인 행사가 아니라 형식적·일과성 요식행사로 치러지고 있고 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하드웨어업체와 소프트웨어업체간의 떠넘기기식 홍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업체의 경우 무임승차를 즐기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만큼 시장조성에는 뒷짐만 지고 있다.
시장 참여업체의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라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시장조성을 위해서는 적어도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의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려면 하드웨어업체들이 전사적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 시장의 상당수가 중소·벤처기업이다. 마케팅비용을 조달할 수 없는 기업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이에따라 하드웨어업체와 소프웨어업체간 역할분담이 서둘러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이틀업체에 대해 시장조성의 역할을 맡으라는 것은 마치 아이에게 총을 메고 전선에 나서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시장조성의 1차 책임은 대기업들로 구성된 하드웨어업체들에 있다』며 하드웨어업체들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타이틀 대여시장이 조성되지 못한 수요 인프라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소비자층의 상당수가 영상 콘텐츠를 구매하기보다는 비디오처럼 대여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선결과제로 꼽히고 있다.
또 주 수요층이 특정 계층에 한정돼 있다는 것도 대중적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밖에 프레싱 업체들의 과잉투자도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6개의 프레싱 업체들은 월평균 600만장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제작되는 DVD 타이틀의 수요는 월평균 10만장을 넘지 않는다. 이들 업체가 국내 또는 해외에서 적정량의 프레싱 수요를 확보하지 못해 개점휴업 상태에 머문다면 프레싱 업체들은 기술개발이나 신규투자보다는 낮은 품질의 DVD 타이틀 프레싱에 집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DVD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적지 않지만 하드웨어업체와 소프트웨어업체간의 역할분담과 좋은 타이틀의 양산, 수요 인프라의 조기구축 등 우선과제들을 먼저 풀어 나간다면 예상보다 빠르게 개황의 꽃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생각이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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