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통신기기 신제품 출시 왜 늦어지나

삼성전자의 통신분야 신제품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 국내 통신장비업계 선두주자로 항상 한 발 앞선 제품 개발 및 출하 기조를 이어오던 삼성전자의 상품기획전략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는 인터넷단말기(일명 스마트폰)를 출시해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삼성의 인터넷단말기는 전자우편 교환은 물론이고 인터넷 채팅을 구현하며 8만개 단어사전, 2000명 주소록, 1년치 일정, 메모 100건을 관리할 수 있는 개인정보단말기(PDA)를 내장하는 등 이동전화단말기의 일대혁신을 예고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인터넷단말기 사업은 「꿩 구워 먹은 자리」가 됐다. 후속 모델 출시가 1년 4개월 가까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쟁사인 LG정보통신이 인터넷단말기 「아이 플러스」 「아이 북」 등을 내놓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응모델을 출시하지 못할 정도다. 다만 삼성전자는 무선 인터넷 기능을 지원하는 이동전화단말기들로 「이 대신 잇몸」이라는 대응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인터넷단말기는 일반 이동전화단말기보다 개발 기간, 비용, 인력 면에서 집중적인 투자가 요구되지만 지난해 말부터 연구개발 인력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새 모델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전략상품의 하나인 케이블모뎀 분야에서도 연구개발 인력 부족에 따른 신모델 개발 지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삼성은 케이블모뎀 3번째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데, 새 모델이라기보다는 원가절감 차원에서 기존 모델의 부품을 간소화하는 작업을 수행할 뿐이다. 최근에는 중소 케이블모뎀 개발업체들에 제품개발을 용역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지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자 삼성은 「연구인력 단도리」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팬택 이성규 사장의 「삼성 복귀」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 즉 이 사장을 원상복귀시키기는 힘들지만 최소한의 장벽을 세워 잠재적인 이동인력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인터넷단말기가 아직 본격적인 수요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9월 이후에 신모델을 출시한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블모뎀의 경우에도 연내에는 원가절감차원의 신모델 다양화를 지속하되 내년에 오픈케이블(영상지원)과 패킷케이블(음성지원) 규격을 만족하는 차세대 모델을 개발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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