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우전자의 해법...양승욱 생활전자부장 swyang@etnews.co.kr

국내 경제를 휘청거리게 한 대우사태가 발생한 지 만 1년이 지났다.

대우자동차나 대우중공업 등 일부 기업들이 정상화를 위한 발걸음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까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 다만 워크아웃이라는 보호막속에 자체적인 생존을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벌이고 있으며 그 결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76개 워크아웃기업들 중 32개를 8월말까지 졸업시키고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서는 회생가능성 여부를 재점검, 연내에 모두 퇴출시킬 것이라고 밝혀 대우사태는 앞으로 5개월여 내에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국내 전자산업을 주도해온 대우전자도 이같은 정부방침에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지만 이같은 소식이 전해진 직후 대우전자의 반응은 무덤덤이다. 퇴출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남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조기졸업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이같은 대우전자의 자신감은 워크아웃 이후 경영이 정상화되고 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대우전자는 올 상반기 1조7000억원의 매출과 51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올 1월 채권단측과 체결한 기업개선약정(MOU)에 비해서는 매출이 95% 수준, 영업이익은 올 연말까지 목표인 153억원에 비해 무려 3배를 훨씬 넘는 것이다.

이같은 수치는 대우전자가 워크아웃 이후 매출확대보다는 내실경영에 주력해 왔으며 그 결과가 성공적임을 보여준다. 사실 대우전자의 올 상반기 경영지표를 보면 내실경영을 위한 자구노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99년 초 89개였던 해외법인과 지사는 64개로 축소됐으며 인력도 8900명에서 5940명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비주력·비수익사업의 매각 및 사업장 통폐합을 통한 재배치 등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대우전자는 이같은 상반기 실적을 토대로 올 연말까지 매출 3조8200억원, 영업이익 1009억원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워크아웃 첫해에 MOU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기업과는 분명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목표가 실현된다면 대우전자는 지난 4월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이후 독자적으로 당당히 국내 30대 업체 안에 드는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대우전자가 채권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워크아웃 수혜기간인 2004년까지 세계 5대 종합멀티미디어 가전업체로 변모한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우전자의 처리방향을 놓고 벌써부터 분리매각이냐 일괄매각이냐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은 지난해 6월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간 빅딜이 삼성자동차의 법정관리신청으로 무산된 이후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대우전자는 외자유치를 위해 멀티미디어사업 등 유망사업부문을 분리해 이를 매각하고 나머지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 처리한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돌면서 대우전자 임직원들의 갈등을 지폈다.

빅딜로 정치적·경제적 부담을 조속히 털어버리려는 정부 당국과 대우전자의 알짜사업만을 인수하려는 외국기업들의 이해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해법이다. 5조원이라는 엄청난 부채를 안아야만 하는 대우전자 임직원들은 물론 이를 반대했고 결과적으로는 경영정상화에 쏟을 힘을 엉뚱한 곳에 소모해 버린 셈이 됐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또다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분리매각설이 대우전자를 흔든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은 매우 크다.

대우전자 스스로 엄청난 부채로 인해 독자경영의 길로 갈 수 없다면 해법은 해외매각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그렇다면 국민이나 정부 또는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채권단이나 대우전자 임직원들에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경영정상화를 통해 제값을 받고 일괄적으로 매각하는 것이다. 최근의 경영호전은 이같은 해법에 충분한 설득력을 제공할 수 있다. 대우문제를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과거와 같은 섣부른 결정이 재연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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