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통신기술을 상용화했지만 이동통신 국가표준으로 CDMA방식이 선정되기까지는 많은 진통이 있었다. 세계 어디서도 상용화하지 않았던 기술이었기에 엄청난 위험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기술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 도전의식과 열정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유럽방식(GSM) 등 이미 상용화되어 있던 기술을 도입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자립으로 상용화했다는 점이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CDMA를 도입하는 국가들이 크게 늘어나 현재 30개국을 웃돌고 가입자수도 세계시장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더욱이 멀지 않아 서비스에 들어갈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기술의 기반이 CDMA란 점에서 CDMA 선발주자로서 우리의 역할이 매우 강조되는 상황이다.
최근 정통부는 IMT2000 사업자수와 기술표준, 그리고 출연금 등 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가장 이슈가 되었던 기술표준에 관한 문제도 예상대로 일단 동기 및 비동기 방식 복수표준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통부의 이러한 결정은 사업자나 장비업체의 이해관계를 떠나 IMT2000 세계시장에서의 기술적 고립을 탈피하고 IMT2000의 세계화를 위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우리 CDMA 기술이 동기방식을 모태로 하고 있지만 동기식 상용화 이후 비동기분야의 연구개발에 곧바로 착수함에 따라 상당한 기술확보가 이뤄져 외국 선진업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외국 업체들도 비동기(WCDMA) 개발 착수시점이 비슷하고 CDMA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보다 유리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우리 업체들의 동기방식 CDMA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았고, 이제는 세계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비동기 시장을 겨냥해 IMT2000의 세계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IMT2000의 세계화를 위해 장비업체는 우선 동기 및 비동기 기술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IMT2000의 세계시장 구도를 보면 현재 80%를 차지하는 GSM 시장의 경우 대부분 비동기를 채택할 것으로 전망되며, 나머지 20% 정도의 CDMA 시장은 동기 및 비동기 방식이 혼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시장성을 보면 오히려 비동기 시장이 크게 앞서고 있는 것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비동기방식이 동기방식에 비해 30% 정도의 가입자를 더 수용할 수 있고, 다양한 부가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동기식보다 장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우리 업체들이 동시에 두 가지 방식의 연구개발 작업을 상당히 진척시키고 있어 향후 두 시장 모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착실히 다져 나가고 있다.
물론 두 가지 방식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특허를 많이 획득해야 하고 이를 지적재산권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향후 IMT2000 로열티 문제는 확보된 지적재산권을 통해 크로스 라이선스의 방법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IMT2000 사업자의 경우 운영사업의 측면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동기 및 비동기 방식의 망구축과 상용서비스의 노하우도 습득해야 하고 이를 위해 국내에서 두 가지 방식의 상용서비스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는 IMT2000 관련업체들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 우리 IMT2000사업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IMT2000은 전세계 어디서나 단말기 하나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범세계적 프로젝트다. 일부의 이익을 도모하기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또한 좀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고 그러한 차원에서 볼 때 우리의 IMT2000 사업목표는 명확해진다. 우리의 무대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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