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영화 「동감」(감독 김정권)이 전국 영화관에서 개봉돼 적지 않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영화는 1979년의 젊은 여자와 2000년의 젊은 남자가 낡은 무전기로 무려 21년에 달하는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사랑의 감정(동감)을 느끼게 된다는 내용이다.
웹나라의 홍오성 사장(54)과 나래소프트시스템의 오세문 사장(30)은 24년의 격차를 무너뜨리는 동감의 미학을 선보였다.
특히 두 사람은 엔지니어 출신 사장의 고충과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연일 잠못 이루는 자신과 상대방을 웃음으로 위안받고 위로했다. 홍 사장이 인사를 나눌 때, 『웹과 소프트라는 말이 들어간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웹나라와 나래소프트시스템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며 웃음을 자아냈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웹나라 홍 사장은 고졸 학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KIST·주택은행·삼성전기 전산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잔뼈가 굵었다. 그는 지난 90년 대홍정보기술을 창업하고 98년 웹나라로 개명했으며 올해는 캐나다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웹나라는 웹 캡처기술을 이용한 쇼핑몰 상품비교와 카테고리 검색시스템 구축사업을 비롯해 전자상거래 솔루션 제공, 하드웨어 및 네트워크 구축 전문회사로서 라이코스의 쇼핑몰을 구축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웹 기반 인트라넷 및 B2C 마켓플레이스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공정분야 전문회사로서 웹 공간으로의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나래소프트시스템의 오세문 사장은 기술개발 외골ㅅ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97년 10월 IMF 와중에 창업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별다른 매출실적을 올리지 못할 때도 직원들과 함께 묵묵히 연구개발에 매진했단다. 괜찮은 기술 하나면 회사경영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기는 젊은 혈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 사장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영업이나 회계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고 인적 교류가 빈약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전문경영인 영입한 후 자신은 최고기술관리자(CTO)로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홍 사장은 『동감』이라며 자신도 해외마케팅과 기획전략을 전담할 전문경영인을 영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 사장의 회사가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것이 회사를 키우는 허물벗기와 같다』고 덧붙였다.
웹나라 홍 사장은 최근 자신과 아내가 보유한 10만주(지분율 52%)의 회사주식 중에서 10%인 2만주를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줬다. 그는 『전직원의 주주화를 위해 계속 주식을 나눠줄 생각이며 상장하면 자신의 지분이 1%로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래소프트시스템 오세문 사장도 홍 사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이미 전사원에게 주식 3%씩을 나눠줬으며 지속적으로 배분비율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홍 사장은 『나래소프트시스템의 반도체 공정관리기술을 웹 환경으로 끌어올려 새로운 수익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고 제의했다. 이에 대해 오 사장은 『반도체 분야는 보수적이고 웹 상에서의 기술유출이 우려되기 때문에 암호화 등의 고난도 작업이 전제되야 한다』며 『다만 일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각종 공정관리 및 시스템통합(SI) 분야를 웹 환경으로 전환해주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두 사람은 웹나라의 수출시장 개척에 대한 경험을 살려 나래소프트시스템의 해외진출에 도움을 준다거나 함께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보는 등 인연의 끈을 쉽게 놓지 말자는 다짐을 하고 헤어졌다.
영화 「동감」은 시대를 초월한 만남을 이끌어내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이번 만남은 동반자로서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약력
웹나라 홍오성 사장
△46년 경북 영천 출생
△경북고교 졸업
△72년 KIST연구원
△91년 대홍정보기술 설립
△98년 웹나라로 사명 변경
△2000년 웹나라 캐나다 설립
나래소프트시스템 오세문 사장
△70년 충남 당진 출생
△인하공업전문대 졸업
△92∼97년 한양기공
△97년 나래소프트시스템 설립
△2000년 안산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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