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에 엔진을 달자>5회-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

신경제는 윈윈의 플러스 게임을 통해 그 파이를 키우는 것을 사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제로섬 게임의 기존 경제와 비교될 수 있다. 신경제 시장은 수요자 중심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고 바라봐야 하며, 한시라도 고객을 의식하지 못하는 공급자는 존재하기 힘든 형태를 띤다. 그리고 이러한 신경제는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그 틀을 형성해가고 있다. 또 벤처가 신경제의 주춧돌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신경제의 화두인 저물가·저실업을 실현하는 도구로 인터넷과 벤처가 그 중심에 우뚝 서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닷컴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은 냉담하게 변했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래가치」에 상당한 비중을 뒀으나 이제는 당장의 「수익모델」을 원한다. 그래서 벤처위기론도 불거져나온다.

그렇다면 정말 벤처는 위기인가. 결론은 이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적으로 빠를 뿐 아니라 「기대치를 조정해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금의 벤처위기론은 단지 돈줄이 확신부족으로 요동을 치고 있는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에 불길이 솟기 시작했던 1년 전과 자금흐름이 막혀 있는 현재를 똑같은 잣대로 측정해 「조정」을 「위기」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따라서 지금은 벤처위기를 논하기보다 신경제의 젖줄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벤처를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가를 모색해야 할 때다.

이중 가장 우선적이고 당면한 과제로는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벤처를 우리 경제의 화두로 떠오르게 한 것이 코스닥 활황이었듯이 코스닥시장이 다시 불을 지피면 자금흐름이 원활해져 자금난을 호소하는 벤처기업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분위기는 펀딩시장으로 이어져 벤처기업의 투자유치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 증시 불안심리를 제거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적 차원에서 보다 시급한 것은 기술거래시장과 인수합병(M&A)시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벤처기업은 하이테크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벤처기업 M&A는 일반 기업과 달리 인력과 기술까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코스닥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에 직면할 경우는 특히 M&A라는 돌파구를 통해 기술이나 인력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M&A시장이 나스닥시장의 10배에 달할 정도로 활발한 것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도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는 M&A에 쉽게 접근하고 시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잘 마련돼 있어 인터넷기업이나 첨단기술업종이 M&A를 통해 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장치가 취약, M&A의 싹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 특히 상법상 주식교환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 때문에 신주발행 주식스와핑을 허용하지 않다 보니 기업간 M&A나 전략적 제휴를 원할 경우 전액 현금으로 주금납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약이 따른다.

또 벤처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지식단지 조성과 같은 집적화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전국 벤처기업의 5분의 1 정도(1000여개사)가 몰려있는 서울벤처밸리의 경우 임대료·교통 등 입지여건이 날로 악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 등이 멀리 떨어져 있어 기초연구개발이 미흡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리고 벤처기업수는 올해 1만개를 돌파하고 오는 2003년에는 4만3000여개사로 확산될 전망이다. 따라서 벤처산업을 양적·질적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벤처에 필요한 자원의 공동활용 및 적재적소 이동이 가능한 집적화 기반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방안 강구에 앞서 벤처업계, 특히 닷컴기업 스스로가 수익모델을 제시하는 게 급선무다. 원활한 자금유입을 통해 다시 신경제의 엔진을 가동시키려면 무엇보다 냉담해진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며 이를 위해선 영업이익을 실현하는 닷컴기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 그리고 벤처기업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모형이 등장해야 벤처가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 벤처가 신경제의 엔진이라는 확실한 신념과 툴을 제시할 수 있는 신경제 논리도 조속히 정립돼야 할 것이다.

<이윤재 디지털경제부장 yj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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