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가 카드문화 정착

현금중심의 거래가 이루어져왔던 전자상가에도 카드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테크노마트 상우회 강석주 홍보위원장은 지난해 초 만해도 10명 중 4명 정도만 카드를 쓸까말까 했으나 이제는 10명 가운데 7∼8명은 카드로 결제한다고 말한다. 전자상가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중 80%가 카드를 사용하는 셈이다. 또 지난해 발급된 「테크노마트 삼성 제휴카드」의 매출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벌써 4000억원을 넘어섰다.

테크노마트뿐 아니라 서울시내 대부분의 전자상가에서도 지난 1월 평화은행과 제휴해 발행한 전자상가 평화비자카드의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에 힘입어 카드결제금액이 문화 정착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한다.

물론 아직 상당수 전자상가 상인들이 카드결제가격과 현금결제가격을 별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진폭이 적은 제품을 팔 때 카드를 내면 기분이 안 좋아진다고 말하는 상인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크노마트 상우회 권오룡 사무국장은 『젊은 층은 1만원짜리 제품을 사도 카드를 스스럼없이 낸다』며 『상가가 소비자들 경향에 맞춰나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격 흥정이 끝난 후에 카드를 내밀고 받지 않을 경우 문제를 삼겠다는 소비자도 늘고 있어 이젠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상인들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상가에 카드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현상은 최근 금융파업문제가 불거졌을 때 극명하게 드러났다. 전통적으로 전자상가는 다른 유통시장에 비해 현금 중심의 거래가 왕성한 곳. 따라서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파업으로 현금인출이 어려워지면 상대적으로 심한 타격이 예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은행 파업 문제가 핫 이슈로 부각한 지난 11일 테크노마트 상우회 사무실에 모인 상인들은 실제 은행이 파업까지 치닫는다 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전자상가의 거래 대부분이 카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테크노마트 4층 파이오니아 매장을 운영하는 함수만 사장은 『과거에는 세금문제로 매출 노출을 꺼려 카드를 안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이 때문에 제품판매를 하지 않는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현재 카드문화 정착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은 카드수수료』라고 밝힌다.

지난해 정부와 소비자단체 주도로 카드수수료 인하가 상당부분 이루어졌다. 카드수수료 인하는 전자상가상인들의 카드결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데 많은 역할을 했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게 상인들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갈수록 낮아지는 카드수수료 여기에 고객과 상인들의 인식전환으로 카드거래의 영원한 사각지대로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전자상가에 카드문화는 더욱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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