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M&A 성공 3대 조건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인 AOL이 올해 초 타임워너를 인수·합병(M&A)한 데 이어 유럽 2위의 ISP업체인 테라가 라이코스를, 프랑스의 정보통신업체인 비벤디가 시그램을 각각 M&A하는 등 초대형 M&A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최근 전세계 IT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M&A의 공통점으로는 흔히 인터넷과 통신, 콘텐츠의 결합을 꼽고 있다. 전세계 신문과 방송들은 이들의 M&A소식을 전하면서 「서로 부족한 것을 보완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는 분석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인터넷과 통신, 콘텐츠 업체들간 M&A에는 뜻하지 않은 어려움도 많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타임스(http://www.ft.com)는 최근 첨단 IT관련 기업들의 M&A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문화·인력의 통합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두 개의 첨단 기업을 하나로 통합할 때 흔히 부딪히는 첫 번째 난관은 고객들과 접촉하는 창구를 하나로 통일하는 기술적 통합문제다. 예를 들어 AOL이 타임워너를 흡수하는 경우에는 타임워너의 콘텐츠를 어떻게 AOL을 통해 제공하며, 또 타임워너의 케이블 가입자들에게 AOL의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또 두 회사의 고객관계관리 등 마케팅 정보를 통합·관리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만약 두 회사가 같은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더라도 이를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복병은 특히 첨단 기술기업을 통합할 때 더욱 심각하게 발생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구 경제에서의 M&A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흡수통합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기술적 통합문제는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다.

두 기업의 이질적인 문화를 통합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독일 T온라인의 영국 프리서브 M&A에 대한 논의가 막판 단계에서 무산된 것도 결국 문화적인 차이 때문이었다. 이처럼 논리적으로는 M&A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췄더라도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M&A 노력이 물거품되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다행히 회사를 인수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문화적인 통합을 원활하게 이루지 못할 경우 두 회사의 핵심 부서들은 서로 상대방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인식, 이를 제거하기 위해 공작을 펴는 경우도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과제는 합병회사의 직원이탈을 막는 작업이다. 신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회사의 자산은 바로 직원들이다. 그러나 인수되는 기업의 직원들은 조그마한 환경변화에도 동요하기 쉽다. 따라서 인수기업의 경영자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에도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M&A 3대 조건을 다루면서도 파이낸셜타임스가 내린 결론은 「협상의 선구자들은 뜨거운 가슴보다 냉철한 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온갖 말의 성찬에도 불구하고 첨단 IT관련 기업들간 M&A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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