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웃이지만 서로 마음을 터놓으면 「사촌지간」처럼 다정한 사이가 된다는 말이다.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며 때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우리나라의 이웃 관계를 잘 표현한 단어다.
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도 있다. 가까운 친척이지만 미운 사촌은 땅사는 것마저 배가 아플 만큼 얄밉다는 말이다.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을 둘러싸고 동기식과 비동기식 기술표준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복수표준으로 하되 업계 자율로 맡기겠다는 정책방안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실제로 통신사업자들도 공공연히 비동기식을 천명하고 있다. 향후 모든 사업자들이 비동기식으로 갈지, 동기식으로 갈지, 혹은 비동기식과 동기식을 적당히 절충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비동기식이 유리하다.
사업자들은 단연 시장개척과 마케팅에서 유리하다는 이유로 비동기식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CDMA분야의 유일한 「이웃사촌」 퀄컴에 대한 거부감이 깔려 있다. 퀄컴이 최혜국대우니 기술료 인하니 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믿는 사업자는 거의 없는 눈치다.
그간 CDMA 상용화의 일등 공신인 우리나라에 대한 퀄컴의 처신에 대해 심한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퀄컴 주가는 한국의 주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IMT2000에서 퀄컴 방식을 채택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입장을 표명하자 미국 주식시장에서 크게 떨어졌다.
자사 이동전화용 반도체 생산량의 4분의 1을 수입하는 한국시장에서 본격적인 반(反)퀄컴 감정이 증폭되고 있다. IMT2000사업자 선정에서 사업자들은 퀄컴을 더이상 「이웃사촌」으로 여기지 않는다.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웃사촌 정도로 위상이 변화됐다.
사업자들은 더이상 퀄컴의 봉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들 사이에 우리의 전래속담은 이렇게 변했다. 「이웃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로.
<정보통신부·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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