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진 노스텍 사장
현재 세계 각국의 대형 통신서비스회사와 장비제조업체는 보이스, 데이터, 비디오의 통합(convergence)으로 나타날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새롭게 나타날 통합서비스의 모습은 각 업체가 나름대로의 다양한 그림과 표준을 제안하고 있다. 또 이러한 제안과 표준에 필요한 여러 요소기술을 누구보다 먼저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요소기술에는 신호방식·전송방식·압축방식·교환방식·QoS(Quality of Service)·가입자 선로 등 전화망과 데이터망의 요소기술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기술 중 기술적인 파급효과보다 전체적인 파급효과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기술은 보통 레이어(layer)2 기술인 신호방식에 관련된 기술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과거에는 각 시스템이 독립적으로 운용됐으나 현재는 거의 모든 시스템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고 앞으로는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각 시스템간 전달하고자 하는 원래의 정보보다는 선택 및 접속을 위해 필요한 제어정보인 신호(signal)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신호란 원래의 정보 이외에 선택, 제어, 접속을 위한 제어정보를 말하며 그 제어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달체계를 신호방식(signaling system)이라 한다. 이 신호방식은 마치 인체의 각 부분을 움직이도록 하는 신 경계라고 볼 수 있다.
신호방식의 시작은 1934년 현 국제전기통신연합(ITU-T)의 전신인 국제전신전화자문위원회(CCITT)에서 데이터망보다는 타 장치들과의 연결이 필수요소인 전화망의 국제수동회선용 신호표준인 NO.1을 권고하면서부터 그 표준화가 시작됐다.
신호방식의 진화는 NO.1부터 시작해 네트워크와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신호의 정확성, 안정성,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1980년도에는 NO.7 신호방식까지 표준화되기에 이르렀다.
이 표준화 중 신호의 안정성 고속전송, 양방향성, 풍부한 신호량을 위해 신호망과 통화회선을 분리한 공통선 신호방식은 1960년대 후반에 CCITT에 의해 제6번째 신호방식 즉, NO.6 신호방식으로 권고된 것이 시초다.
또 NO.6 신호방식 가운데 속도와 신호포맷, 신호방식의 경제성을 개선해 NO.7이 권고됐다.
이 NO.7 신호방식을 CCS(Common Channel Signaling System) NO.7이라 부르며, SS7(Signaling System 7), 또는 C7이라 부르기도 한다.
NO.7 신호방식은 디지털 통신망에서 음성과 비음성 교환서비스를 위한 신호기능 및 다양한 보조서비스를 제공하고 망을 지능화하며 동시에 효율적인 운용관리를 위한 범용적인 프로토콜로 적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뢰성이 뛰어난 메시지 전송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현재 공중전화망(PSTN), 종합정보통신망(ISDN), 이동망, 지능망, 통신망 운용관리 등에서 널리 응용·적용되고 있다.
NO.7 신호방식의 모든 내용을 한정된 지면에 설명하기란 불가능해 그 기본개념과 구조만을 간단히 설명하기로 한다.
NO.7으로 통신하기 위해서 각각의 노드(node)는 망내에서 자신만의 주소인 신호점(SP:Signaling Point)을 가지고 있다. 또 각 노드간에는 신호정보가 전달되는 신호링크(SL:Signal Link)의 연결로 구성돼 있다.
NO.7의 기본모델은 OSI 프로토콜 표준모델에 근거, 다양한 용도에 융통성있게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4개의 기능레벨로 모듈화돼 있다. 또 4개의 기능레벨은 크게 두 개의 기능 즉, 망서비스부(NSP:Network Service Part)와 사용자부(UP:User Part)로 나눌 수 있다. <그림1 참조>
망서비스부는 신호 메시지를 신뢰성있게 전송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며 사용자부는 망서비스부에서 제공되는 전송능력을 이용해 다양한 기능을 구현해준다.
NO.7 신호방식은 주로 지능망 서비스나 교환기간의 국간 신호방식과 같이 전화망을 위한 신호방식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무선서비스의 발전과 더불어 최근에는 무선교환기, 가입자 정보시스템, 단문메시지시스템(SMS), 통합메시징시스템(UMS) 등 다양한 시스템간의 연동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인터넷망을 이용해 음성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는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인터넷망과 전화망 간 연동을 위해 기존 NO.7을 기초로 한 새로운 SS7-1P 신호방식이 필요하게 됐다.
대표적인 예로 인터넷기술 표준화 단체인 인터넷 엔지니어링 태스크포스(IETF)에서는 시그트랜(sigtran)이라는 IP(Internet Protocol) 망에서의 SS7기반의 새로운 신호방식 표준을 제안했다. <그림2 참조>
이러한 새로운 신호방식과 VoIP를 기본으로 IP-AIN이라는 차세대 지능망과 IP망의 통합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제한하는 업체가 하나 둘 씩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 모델의 예로는 IPS7, SS8 등이 있다. 이것은 바로 보이스, 데이터, 비디오의 통합으로 나타날 새로운 서비스에 누가 먼저 승리의 깃발을 꽂느냐가 새로운 신호방식의 표준을 누가 먼저 실제 통신망에 적용하느냐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제어정보와 신호방식은 단순히 기술적인 중요성에만 국한되지 않고 장비제조, 인터넷서비스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즉 시스코시스템스와 같이 라우터 및 레이어3 스위치를 개발하는 업체는 누가 더 IP 패킷의 신호정보를 잘 다뤄 한층 개선된 장비를 빨리 만들어 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또 그런 IP 신호정보를 누가 더 잘 감시해 인터넷 인증과 관리 분야에서 뛰어난 소프트웨어(SW)를 만드느냐가 방화벽 인증 SW 업체나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Network Management System) SW 업체에서는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다.
인터넷상 떠돌아다니는 IP정보를 분석, 수집해 일반 인터넷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ISP 업체와 인터넷을 통해 방송하는 서비스 회사 역시 신호방식의 중요성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제어신호와 신호방식의 중요성을 계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그 중요성이 높음에도 현재 우리나라는 새로운 제어신호와 신호방식을 제안하거나 새롭게 제안된 신호방식을 개발하기에는 인력, 교육, 장비, 정부지원 등 하부구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NO.7과 관련된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 억원대의 계측장비와 시험장비를 구비해야 하고 전문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소규모 벤처기업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현 상황이다.
그렇다고 교육을 보낼 마땅한 교육기관도 거의 없으며 전문서적도 표준화 관련 서적 이외에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 분야는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긴 하지만 그만큼 벤처로서 노력해 볼 만한 고부가가치 분야인 것만은 확실하므로 발빠르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곡목과 직목에 대한 옛 이야기가 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굽은 나무(곡목)로 지은 마구간보다는 구하기 어려워도 곧은 나무(직목)로 마구간을 짓는 것이 더 튼튼하다는 이야기다.
이 같이 조금 어렵고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신호방식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면 글로벌 통신경쟁시대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 경쟁력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7
우원식 “韓 탄핵소추안은 국무총리 탄핵안”… 의결정족수 151석으로 판단
-
8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9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10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