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보다 조직을 중시해온 삼성의 인력정책이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삼성은 최근 새로 설립한 오픈타이드코리아 대표에 삼성SDS 미주법인 출신의 김기종씨를 임명했다. 이에 앞서 삼성SDS로부터 분사한 유니텔 초대 사장에도 삼성SDS 출신인 강세호씨를 재영입해 주목을 받았다. 이런 원칙은 대표급뿐 아니다. 오픈타이드코리아 실무진 중 적지않은 수가 삼성 관계사 퇴사자다.
재입사가 안될 경우 다음 방법은 전략제휴. 콘텐츠나 인터넷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는 벤처업체라면 삼성은 기꺼이 퇴사자 회사에 투자하거나 제휴를 체결한다. 이처럼 「이탈자 끌어안기」 정책은 『회사에서 비용을 대주면서까지 OB모임을 권장하고 있다』는 퇴사자의 말에서도 실감난다.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는 퇴사자들도 싫지 않은 태도다. 벤처라면 외부투자가 절실하거나 솔루션을 제공할 루트가 필요한데 기왕이면 한솥 밥 먹은 이들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같은 변화 중심엔 IMF와 인터넷이 있다고 분석한다. IMF를 지나며 「삼성 역시 정리해고나 권고사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 이들의 억눌렸던 감정이 인터넷과 벤처기업의 열풍 속에 표출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삼성은 뭔가 다르다는 자존심이 무너졌다는 얘기다.
한 예로 지난 6개월 동안 삼성의 IT사업을 대표하는 한 계열사에서 퇴사한 직원들은 1500여명. 삼성도 이쯤 되면 인력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퇴사자들을 어떤 식으로든 삼성 중심으로 묶는 것이 공식적인 인력정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이 계속 이같은 방법을 채택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삼성에 반기를 드는 이에 대해선 가차없이 철퇴를 내리는 그룹의 인사정책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삼성옥션의 설립도 바로 삼성을 등진(?) L사장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끌어안기」와 「철퇴」라는 양면의 칼날 같은 인사정책은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인터넷이 강세을 보이는 한 유화정책이 대세를 이루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7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8
“코로나19, 자연발생 아냐...실험실서 유출”
-
9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10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