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벤처기업의 M&A

공석환 CCC벤처컨설팅 대표 shkong@cccventure.co.kr

최근에 벤처기업의 인수합병(M&A)에 관한 논의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러한 논의는 궁극적으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것에 따른 생존전략으로서 대두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벤처기업의 M&A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교적 등한시되고 있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기업간 M&A는 관련 기업들간의 합병을 통해서 관련된 업무의 밀접한 협조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중복된 조직의 통폐합을 통한 비용 절감, 그리고 시장경쟁의 축소로 인한 부수이익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M&A는 최근 대기업간에 전세계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업계와 제약업계에서는 M&A를 통한 소수의 거대기업만이 살아 남을 것으로 많은 이들이 전망하고 있다.

M&A를 넓은 의미에서 기업간의 제휴 관계로 보면 직접적인 합병 외에도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계약서를 통한 전략적 제휴가 대표적이다. 계약서를 통한 전략적인 제휴에는 단순히 서로 양방 협조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전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경우와 독점적 또는 비독점적 대리점계약 등을 맺어 실질적인 협조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밖에 일방의 상대방에 대한 지분참여, 양방의 교차 지분참여 등의 형태도 M&A의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직접적인 합병을 통한 M&A가 바람직한가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우선 합병 대상 기업이 서로 대등한 경우에는 합병후 경영에 관한 주도권에 대한 다툼이 있어날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인 몬산토와 제약회사인 아메리칸홈프로덕츠의 합병 발표가 좋은 예다. 두 회사의 M&A는 수개월 이상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과정에서 합병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으나, 결국은 합병된 회사의 경영을 누가 책임지는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무산되고 말았다.

M&A의 장점이 벤처기업 환경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벤처기업은 조직원 개개인의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합병후의 업무가 효율적일 것인지는 의문이다. 또한 중복된 조직의 감축으로 인한 비용절감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오히려 합병후 거대해진 기업환경이 벤처기업으로서의 특성을 잃을까 염려가 되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직원 규모가 100명이 넘는 우리나라의 일부 벤처기업에서 이미 논하여진 바 있다. 즉 규모가 큰 벤처기업에서는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결재 시스팀이 경직돼 있어 의사결정 과정이 신속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종업원들도 자기 회사라는 인식이 점점 줄어 들어 수동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벤처기업 분야는 진입장벽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시장에서 빠른 적응이 요구된다. 따라서 시장경쟁의 축소로 인한 부수이익은 장기적으로는 그리 중요한 요소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보편적인 관측이다.

필자 의견으로는 벤처기업의 M&A는 일방의 상대방에 대한 지분참여 혹은 양방의 교차 지분참여를 통한 전략적 제휴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적인 합병보다는 지주회사를 통한 계열화로 협조를 하되 각 기업은 독립적으로 책임경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난해 초에 필자가 스위스의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R사를 방문하여 경영진과 여러가지 사업전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R사는 미국의 저명한 생명공학 벤처회사 G사의 주식 60%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R사는 G사의 경영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아니하고 업무상 제휴를 하고 배당을 받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R사의 경영진이 필자에게 『우리가 G사의 경영에 직접적으로 간섭하면 벤처기업인 G사는 엉망이 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나 벤처기업 M&A에서도 참고할 만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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