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의 벽을 넘어 2050>시공테크·디지텔

박물관·과학관·테마파크 등의 기획·디자인·설계 및 감리·모형제작·영상제작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시공테크 박기석 사장(52)과 초고속인터넷 통신장비를 개발하는 디지텔의 이종석 사장(32)이 마주 앉았다.

오프라인 사업을 위주로 하는 박 사장과 첨단통신 장비를 개발하는 이 사장의 공통점은 없어 보이지만 같은 대학을 나온 벤처기업가이면서 이윤의 사회환원을 실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닮은 꼴이다. 또 최근에는 사업범위를 인터넷 콘텐츠 사업으로 확대하면서 두 회사는 공조체계를 구상하는 등 신구세대의 화합, 온/오프라인 통합을 가시화하고 있다.

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박 사장은 69학번, 무역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은 88학번으로 약 20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고대벤처클럽」이라는 네트워크로 묶여 있다.

특히 이 클럽의 초대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이 사장에게 박 사장은 후배 벤처기업가에게 힘을 실어주는 맏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벤처기업 열풍이 몰아닥치면서 수익모델을 갖추지 못한 채 아이디어만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벤처기업이 늘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박기석 사장이 먼저 내실없는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말을 꺼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제는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고 아이디어를 수익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여러 사업 아이디어를 같은 값으로 평가하던 시대가 가고 이제는 수익모델 창출여부에 따라 아이디어의 가치가 정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이다.

또 이 사장은 과거 벤처기업들이 젊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기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었지만 회사 경영에 대한 노하우 부족으로 대기업에 인수합병(M&A)되고마는 최근의 경향을 볼 때 대기업의 관리기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기에 박 사장이 역사와 전통을 가진 기업들의 경영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며 말을 이었다.

『기존 기업이 10년, 20년 동안 역경을 이겨내며 쌓아온 경영관리 노하우를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경쟁우위에 섰다가도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위기를 맞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는 한순간에 얻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박 사장은 『하지만 오래된 기업일수록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져 무사안일주의에 빠지기 쉬운만큼 벤처기업의 역동성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젊은 벤처기업에 뒤지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박 사장은 「온라인·디지털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최근 고려대 컴퓨터대학원, 서울대 상거래과정을 차례로 이수하면서 「젊은이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반해 과거 한보철강에 재직하면서 대기업의 경영기법을 쌓아온 이 사장은 디지텔이 경영난을 겪고 있던 98년초에 부임해 자본잠식 상태이던 회사를 만 2년 만에 우수벤처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인물로 요즘 젊은이답지 않은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직원들이 연봉금액의 7, 8배 가량의 매출을 올려야 이익창출이 가능하지만 최소한의 조직으로만 운영되는 벤처기업은 그 이하의 노력으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범했을 때 맞게 되는 충격은 기업사활이 걸릴 만큼 크다고 생각됩니다.』

이 사장은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팀별 소사장제를 도입했다. 프로젝트를 맡은 각 팀장들에게 인원충원과 인사권한 전부를 위임하고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부여하겠다는 계획에서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십은 매우 중요합니다. 경영자의 리더십이 지나치면 독단적인 경영으로 흐르기 쉽고 리더십이 부족하면 갑작스런 위기에 대처할 만한 관리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알고 이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경영자만이 성공할 수 있는 거지요. 한발 더 나아가 경영자는 기업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의 여유로운 자세도 가져야 됩니다.』

박 사장은 기업가가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익추구도 좋지만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 전반적인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시공테크는 올해초 메디슨, 핸디소프트 등과 주축이 돼 총 500여 기업으로부터 1000만∼1억원의 후원금을 마련, 벤처산업 발전에서 소외된 기초학술분야와 문화·봉사단체를 후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서는 이 사장도 같은 생각이다. 『저희 회사도 이익 사회환원 차원에서 100원의 이익이 나면 사회환원과 신기술개발에 각각 25원씩 사용하는 「25% 원칙」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이달에는 지난해 이익금의 25%를 적립해 후학양성을 위한 장학재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사회진입의 시점은 크게 다르지만 시공테크 박기석 사장과 디지텔 이종석 사장은 이익환원, 후학양성 등의 대명제 앞에서는 뜻을 같이하는 동지였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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