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업계 한국 상륙 가시화

일본 가전업계가 국내 현지법인 또는 지사 설립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한국시장을 직접 관리함으로써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다.

일본산 가전제품은 지난 78년 도입된 수입선다변화 제도가 시행될 때도 제 3국 경유, 밀수 등 다양한 채널로 국내시장에 들어왔다. 특히 지난 96년 7월 백색가전제품을 시작으로 수입선다변화 제도가 해제되면서 일본 가전업계는 한국시장 공략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며 진출을 준비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본 업체가 국내 업체보다 경쟁력을 갖고 있는 AV가전제품의 다변화제도가 풀리기만 하면 이같은 준비를 바탕으로 현지법인 설립이 줄을 이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 완전히 해제된 지난해 7월 이후 지금까지 예상과는 달리 소니코리아, 샤프 등 다변화 해지 이전에 들어와 있던 업체들 이외에 직접 진출한 업체는 없었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은 국내 수입상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자금부담을 피하면서 물밑에서 끊임없이 국내시장을 추진해 왔고 오는 7월 수입선다변화 해지 1년을 맞게 되는 시점에서 주요업체들은 「한국은 직접 진출의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 가전업체들의 결심에 힘을 실어 준 것은 소니다. 국내 진출이후 8년 이상 어려움을 겪었던 소니코리아는 수입선다변화 해지 이후 매출이 2배 가까이 급증했고 올해도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니코리아의 급성장은 다른 일본 가전업체들의 연구 및 부러움의 대상이 됐고 마쓰시타전기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은 소니 한국공략 사례를 참고하면 빠른 속도로 국내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

일본 가전업계는 소니가 한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소니 브랜드 자체의 높은 이미지도 있었지만 소니코리아에 힘을 집결시킨 통합관리, 이를 통한 브랜드 관리, AS 향상 등 이미지 관리 정책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복수 수입업체와 관계를 맺고 한국시장을 공략해 온 마쓰시타, 아이와 등 일본 가전업체들이 현지법인, 지사 설립을 서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수입상을 통한 원격조정으로는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전유통체계의 변화도 일본 가전업체들이 직접 진출을 결심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전유통채널이 양판점, 할인점, 전자상거래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국내 딜러, 집단상가에 의존해야 했던 판매방식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사실 국내 가전시장은 「일본제품 전용 시장」을 비워 놓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선다변화 제도 아래서 일본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실제 이상으로 과대 평가됐고 그 영향으로 소비자들 가운데 일본제품을 무조건 선호하는 층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또 일본 업체들만이 생산하는 품목도 일부 존재한다.

따라서 국내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업체들의 생각은 소니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을 나눠 먹겠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마쓰시타전기의 국내진출에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소니로 세계 시장에서도 두 회사는 항상 부딪쳐 왔다.

물론 국내업체들에도 마쓰시타전기의 체계적인 진출이 부담을 줄 것은 분명하다. 특히 마쓰시타는 백색가전 제품도 국내에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AV가전시장뿐 아니라 백색가전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일본 업체들의 국내 직접 관리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선 소비자로서는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또 별다른 서비스 없이 물건만 던지다 시피한 일본 가전업체들이 직접 이미지관리에 나서면 밀수제품, 질 낮은 서비스 등이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일본 업체들이 삼일절에는 광고를 자제해야 하는 시대는 갔다. 일본 가전업체들도 질 좋은 서비스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해야 하고 국내 업체들도 이같은 대세를 받아들여 기술개발과 서비스 향상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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