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32) 벤처기업

해외 진출<22>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나는 중국 진출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풀어야 하는 숙제와 같은 것으로 꼭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때 비서가 들어와서 메모를 전하고 나갔다. 그것은 전화가 왔는데 급히 통화를 원한다는 메시지였다. 어지간한 통화는 이때 바꾸어 주지 않았다. 한번은 거래처에서 긴급을 요하는 전화가 걸려와서 비서가 연설을 하고 있는 나에게 알린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비서에게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연설 중에는 나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전화나 대통령이 찾는 전화가 아니고는 그 누구의 전화도 바꿔주지 마라.』

그런데도 연설 도중에 전화가 왔다는 메모를 전했다. 바로 중국 하얼빈에서 온 만토집단 류 총재의 메시지였다. 나는 임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류 총재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영어로 말했다. 먼저 축하한다는 말을 하였다. 그의 말로는 합작회사 경영권을 놓고 밤을 새워 간부회의를 하였다고 한다. 결국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 기업에 경영권을 주기로 했다. 나는 다음 날 즉시 임직원 몇 명을 데리고 하얼빈을 방문하기로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연설장에 돌아와서 방금 류 총재와 했던 대화를 전했다.

『연설 중에 전화를 받게 하는 비서는 없을 것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대통령이 부르는 전화가 아니고는 바꿔주지 말라고 비서에게 말한 기억이 있는데, 오늘 아침에 비서가 전화를 받으라고 메모를 전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우리 박 비서가 늙지도 않았는데 벌써 치매 증세를 일으키나 하고 걱정했지요.』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전화를 받고 돌아온 사장의 표정이 밝은 것을 보고 분명히 좋은 일이라는 것을 직원들은 알아차린 것이다.

『바로 우리가 숙원하던 중국 진출의 전초기지 송화강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이 결정되었습니다. 우리가 경영권을 가지고 중국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만토집단의 류 총재가 그 기쁜 소식을 나에게 전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인데, 우리 박 비서는 그것을 재빨리 알아차리고, 이 귀중한 시간을 방해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역시, 우리 박 비서는 치매 환자는 아니었습니다.』

직원들이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일부에서 박수를 쳤고, 그러자 모든 임직원이 박수를 쳤다. 그때 나는 가슴이 뭉클하는 감동을 받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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