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도 없고 예의도 없습니다. 인정까지 없습니다. 무엇보다 휴먼 네트워크가 강조되는 벤처업계의 변질된 기업문화가 자괴감까지 들게 합니다.』
인터넷 벤처업체 C사의 K 사장은 요즘 울고싶은 심정이다. 믿었던 직원들이 모두 보따리를 챙겨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개발담당 이사를 비롯한 핵심 개발인력들로 C사는 이제 회사를 정리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개발완료 단계에 와 있던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됐다. 모든 거래처는 새로 설립한 이직자들의 회사로 몰렸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업계에서 수행기술이 있는 회사로 주문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 사장은 망연자실해 있다. 더이상 기업을 꾸려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배신감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사람이 전부인 벤처업계에서 사람을 잃은 것은 곧 부도와 같다. 한솥밥을 먹으며 어려운 시절을 함께했던 직원들이 그것도 한꺼번에 나간다는 것에 대해 K 사장은 자신의 잘못부터 되돌려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스톡옵션까지 포기하고 나간 것은 더 많은 돈에 대한 욕심이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차라리 조건만 보고 옮겨다니는 철새라면 낫겠습니다. 영업망을 꿰차고 나가 회사를 차리고 경쟁자로 돌아서면 누굴 믿고 일을 합니까.』
K 사장의 한숨이 깊어만 간다.
인터넷 커뮤니티 업체 N사도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다. 마케팅 대행을 맡긴 K사 직원이 불현듯 경쟁업체인 D사의 마케팅 담당직원으로 갔다. 직업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조건이 좋아 옮겼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도의는 아니다. 미국의 경우 회사를 옮겨도 1∼2년 동안 경쟁회사로 가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고 퇴사한다. 법적 효력은 없지만 상식으로 통하는 일이다. 그동안 몸담고 있던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러한 세태에는 기업의 책임도 크다. 스카우트의 이면에 경쟁회사의 기밀을 빼내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경쟁구도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기도 하지만 아직 뿌리가 없는 온라인 기업문화의 「정형 만들기」를 소홀히 한 탓도 있다. 벤처는 돈에 앞서 성공 자체의 과실이 더 달다. 오프라인의 구태를 큰 의식 없이 범한다는 것은 벤처기업 문화를 스스로 가꿔가야 할 인터넷업계의 부끄러운 자화상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부·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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