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현황
디지털 시대가 낳은 또 하나의 불평등 「정보격차」(디지털 디바이드) 때문에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인터넷을 「접속하는 자」와 「접속하지 못하는 자」 사이에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정보활용이 부로 직결되는 디지털 경제 시대를 맞아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의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지 제3세계에서는 어떤 현상에 직면해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미국
100개월이 넘는 사상 최장기 경기호황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지구촌 정보화」를 주도하는 미국에서도 정보격차는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11월에 있을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미 정부에 따르면 1998년 말 현재 미국에서 PC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은 42%다. 그러나 전체 국민의 정보접근 능력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상하계층간 정보불평등(격차)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1998년 말 기준으로 연간 7만5000달러 이상을 버는 고소득 가정의 인터넷 접속빈도는 연간 소득 5000달러 미만 저소득 가정보다 무려 2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넷의 실패」라는 보고서를 통해 1998년 말 연소득 7만5000달러 이상 가정의 컴퓨터 보유율은 79.9%인 반면 5000달러 미만 저소득 가정은 15.9%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PC 보유율 격차가 4.6%나 더 벌어진 것이다. 빈부계층간 인터넷 이용률 격차는 훨씬 더 심각한 실정이다.
또 이 보고서에 나타난 인터넷 이용률을 보면 연간 7만5000달러 이상 고소득 가정이 1만달러 이하 저소득 가정보다 무려 7배나 높았다. 실질적인 인터넷 사용자로 분류되는 e메일 보유현황에서도 1998년 말 연소득 7만5000달러 이상의 고소득 가정은 43%를 넘어선 반면 5000달러 미만 저소득층은 6.2%에 그쳤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계·재계·학계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총집결해 지난달 5일 열린 「신경제회의」에서도 정보격차가 핫이슈로 논의 됐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신경제(뉴이코노미)가 많은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고 그들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정치성 발언을 했지만 서머스 재무 장관은 『정보기술에 접근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그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정보격차를 우려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FF)에서도 세계 각국의 정치·경제·학계 지도자들은 『세계화의 혜택을 일부 국가와 계층이 독식하고 있다』며 정보격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당시 리처드 레빈 미 예일대 총장 등은 정부와 기업이 연대해 평생교육의 장을 열어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었다.
작년 7월에는 미 MSNBC가 정보 격차를 거론, 이것이 날로 심화돼 미국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MSNBC는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흑인·남미계는 백인에 비해 인터넷 접근기회가 적어 정보혁명의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전하며 그 증거로 97년 백인, 흑인, 남미계의 인터넷 이용률이 각각 21.2%, 7.7%, 8.7% 였으나 98년에는 32.4%, 11.7%, 12.9%로 백인과 소수민족간 차이가 일년이 지나 더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보를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격차는 인터넷 접속에서 뿐만 아니라 내용(콘텐츠)에서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주로 인터넷 접속기회의 불평등에만 초점이 맞춰졌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콘텐츠의 불평등이 훨씬 더 심각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과 영어를 잘 읽지 못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비 영어권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웹사이트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최소 5000만명의 미국인이 제대로 인터넷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샌타모니카에 있는 한 비영리단체가 1000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조사해 작성한 「저소득층의 온라인 콘텐츠」에 의하면 6% 만이 저소득층을 위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미 행정부는 이같은 정보격차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의회와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컴퓨터업계에 세제혜택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업계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악화되고 있는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앞으로 10년동안 25억달러를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다.그는 이 돈으로 미 전역의 학교를 컴퓨터와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히는 한편, 의회에 특별법 등도 요청했다.
지난 4월에도 클린턴 대통령은 정보의 사각지대인 인디언 자치구를 방문해 정보격차를 위해 한달에 1달러인 염가 전화서비스를 30만 인디언 가구에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첨단기술업체가 밀집한 실리콘밸리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디지털 경제 시대의 빈부격차를 상징하는 지역인 이스트 팰러 앨토를 방문해 『도덕적으로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 미국의 경제를 계속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다』며 이 지역 저소득층에 대한 컴퓨터 지원을 약속하는 등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그는 『미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빨리 많은 사람들을 가난에서 벗어나도록 할 수 있는 반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계층 분리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며 첨단기술이 초래한 정보격차의 퇴치에 강한 의지를 비치기도 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의지에 답하기라도 하듯 미 컴퓨터업체들의 지원약속도 쏟아졌다. 미 직접PC업체 게이트웨이는 이 지역 교사 전부를 포함, 7만5000명의 교사를 연수시킬 수 있는 컴퓨터 기술센터를 제공하기로 했으며 소프트웨어업체 노벨은 중남미 단체들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2000만달러를 내놓기로 약속했다.
종합컴퓨터업체 HP도 이스트 팰러 앨토를 포함한 3개 지역에 「디지털 마을」을 건설하기 위해 15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통신업체 퀄컴은 샌디에이고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2500만달러를 내놓는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도 8개 인디언 대학에 현금과 소프트웨어 등 총 2700만달러 상당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유럽
유럽은 유럽연합(EU)의 주도아래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은 EU 역내 국가들의 이동전화 보급률이 평균 40∼50%에 달할 정도로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높은 보급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EU 15개 회원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4700만명으로 전체 인구 중 15%에 지나지 않아 미국(1억2000만명, 46%)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낮은 인터넷 이용률은 좁게는 EU 시민들의 PC 활용능력 저하와 정보화 마인드 부족현상을 부르고 넓게는 전자상거래산업의 불황, 더 나아가서는 유로화 하락이라는 유럽 전체의 위기를 몰고 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인터넷 보급률을 높이고 정보사회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e유럽」이라는 정보사회 추진계획을 내놓았다.
총 10개의 추진정책으로 이뤄진 「e유럽」 계획의 첫번째는 청소년들에게 정보화 마인드를 심겠다는 것이다. 가정과 학교에 우선적으로 PC를 보급해 청소년들의 넷맹 현상을 근절하겠다는 계획이다. EU는 이를 위해 2001년까지 모든 학교에 인터넷 시스템을 설치해 「e스쿨」을 완성하고 2002년까지 모든 교사에게 PC 지급 및 교육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EU는 고속 인터넷을 이용한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정보화 시설 이용을 위한 스마트카드 보급, 장애인을 위한 온라인 교육지원과 의료분야 온라인 설비 확보 등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EU의 정보화사업 외에도 각국 정부는 저마다 정보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정보격차 해소 노력이 가장 돋보이는 나라는 아일랜드다.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자원이나 산업 기반이 약한 아일랜드는 국민들의 정보화가 중요하다고 판단,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초등학생때부터 PC 및 인터넷 교육을 집중 실시하는 「스쿨IT 2000」과 전국민에게 e메일 계정을 보급하는 「e메일 포 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완벽한 사회복지제도로 유명한 덴마크는 정보화면에서 불평등이 심해 문제가 되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해 3월 조사결과 고소득층의 인터넷 이용률이 중하위층에 비해 2배 이상 높았으며 교육수준별 이용률은 대졸 이상(40%), 고졸(27%), 중졸 이하(8%)로 나타나 소득·교육수준에 따라 정보불평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정부는 지난 96년부터 정보격차를 막기 위해 「모두를 위한 정보화 사회(info-society for all)」라는 계획을 추진해왔음에도 심각한 정보불평등 현상이 나타나자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밖에 네덜란드가 지난해 전국을 네트워크화시키기 위한 「디지털 델타 프로젝트」를 내놓는 등 각국 정부의 정보격차 해소노력이 한창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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