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팝콘 아이크리에서 손영동 손으로

지난해 아시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국내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아이팝콘의 주역 아이크리(한국명 이인근)가 초라한 행색으로 보따리(?)를 챙겼다.

아이팝콘은 실리콘밸리 자본가인 아이크리가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통해 아시아 지역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한 다국적 회사. 한국에 중심을 두고 아시아지역을 장악하려던 야심이 경영인의 왜곡된 경영으로 인해 한국만의 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미국땅에서 더이상 성공할 벤처로 봐 주지 않는 탓에 지분을 아이팝콘코리아의 전문경영인 손영동 사장에게 넘기고 퇴진하게 됐다.

◇아이크리 퇴진의 전말

잘나가던 벤처 사업가 아이크리가 살점과 같은 아이팝콘의 지분을 넘기고 퇴진의 길을 택한 이유는 무엇보다 시업모델 전환의 실패로 모아진다. 최근 인터넷 비즈니스 수익모델에 관한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이팝콘은 사실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도 그간 서비스 부밍 및 모델전환에서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커뮤니티 사이트가 추구하는 바는 콘텐츠를 통해 회원을 모으고 이를 전자상거래와 연계시켜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팝콘의 경우 수익모델을 찾기보다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자본이득에만 주력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경쟁사인 짚아시아가 전자상거래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할 때 특별한 대응도 하지 못하고 현상유지에 급급해야 했다.

아이크리는 실리콘밸리 자본가로 펀딩에는 귀재라는 소리까지 듣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펀딩에 실패한 것은 나스닥에서 인터넷 거품논쟁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칠 때부터다. 20배 이상으로 받던 주식이 폭락하면서 자금부족사태가 발생하고 내부조직 와해까지 이르게 됐다. 1인당 시가 평균 3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이 급락하면서 주식을 나눠받은 직원들도 아이팝콘에 더이상 미련을 두지않고 떠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지난 4월과 이달 두달 동안을 주가급락과 투자급감속에서 경영상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여기에 골드만삭스 및 메일닷컴을 대상으로 한 투자유치가 연이어 물거품으로 돌아서면서 창업자 아이크리에 대한 경영상 불만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도 또 한가지 요인이다. 골드만삭스는 아시아지역에 대한 인터넷사업 발전성을 인정했지만 엔터테인먼트 포털만으로는 수익모델이 없다는 판단에서 투자를 기피했다.

또 최근 메일닷컴으로부터의 투자유치는 상대를 잘못 선택했다는 비판과 함께 아이크리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에 먹물만 끼얹었다는 내부여론이 들끓었다. 아이크리가 자신의 투자자금을 회수할 목적으로 메일닷컴의 비정상적인 요구에 대해 지나치게 저자세로 협상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로 인해 손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반발을 사게 됐고 결정적인 퇴진의 이유가 됐다.

◇넘어야 할 산

아이팝콘의 지배주주가 바뀐 것은 인수합병 없이 전문경영인이 설립자 지분을 인도하는 보기드믄 경우다. 물론 미국 본사의 경우 홀딩컴퍼니로 자본만 대고 콘텐츠나 기술개발은 한국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앞으로 회사를 꾸려가는 데 경영의 묘만 살린다면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창업자의 잘못된 경영이 얼마나 큰 아픔을 주는지 좀더 기다려봐야 할 일이다.

아이팝콘에 대한 인식이 이미 벤처업계 전반에 퍼진 상태에서 앞으로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당장 회사의 규모도 축소됐고 신뢰성도 떨어졌다. 벤처업계의 가장 중요한 CEO브랜드의 실추는 감당 못할 무게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인터넷업계의 냉혹한 자본원리에 처참하게 짓밟힌 만큼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없는 한 재생의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일이다.

새로 아이팝콘의 경영을 맡은 손 사장은 와해된 조직을 추스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관점에서 지난달 조직전체에 대한 리스트럭처링과 역량집중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했다. 또 SI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다양한 수익모델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크리 개인의 문제가 아닌 아이팝콘의 입장에서도 「사후약방문」격이 겠지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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