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가전 대공세>(2) 양판점

지금까지 국내 가전업체들은 전속 유통망을 무기로 내수시장을 지켜왔지만 이제는 다양한 채널로 밀려드는 외산 제품에 안방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정서에 밀려 소규모로 전문점이나 유명 백화점의 수수료매장 등을 통해 소극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섰던 외산 업체들이 비로소 양판점을 무기로 적극 공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내 가전업계의 전속대리점 체제 붕괴가 발판이 돼 급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양판점이야말로 「제조업체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제품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외산 업체들의 공략 제1목표가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전자랜드21과 하이마트로 대표되는 국내 양판점에 효과적으로 침투할 경우 힘들이지 않고 국내에서 전국적 유통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21은 전국에 43개의 직영매장을 확보하고 있고 계속해서 신규 출점을 할 예정이어서 연말에는 50개가 넘을 전망이다. 롯데마그넷에 입점한 매장까지 합치면 60개를 넘어설 예정이다. 또 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장을 대폭 늘려 200개로 확대한 데 이어 올해 50개의 매장을 추가로 늘려 연말에는 250여개의 매장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외산 가전업체들은 양대 양판점을 공략 창구로 활용할 경우 별도의 유통망을 구축하지 않고도 쉽게 국산품의 아성에 파고들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양판점과 할인점의 유통시장 지배력은 지난해 37∼40% 수준에서 올해 40∼45%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어서 앞으로 외산 업체들은 양판점에 대한 공략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외산 업체들의 잇속에 양판점들의 「수익성 향상」이라는 목적이 맞물려 이제 국내 양판점에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외산 제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전자랜드21의 경우 지난해 가전·컴퓨터·통신기기 부문에서 각각 10%, 8%, 14%대의 이익률을 기록, 전체 매출 가운데 비중이 4%밖에 되지 않는 통신기기 부문의 이익률만 높았으며 상대적으로 매출비중 70%를 웃도는 가전부문은 10%대에 그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올해 수익성 향상을 위해 가전제품의 디지털화 바람과 수입선다변화제 폐지에 따라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디지털가전 및 수입제품 취급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유명 수입가전 브랜드의 상품력을 강화해 수입가전 토털 전문점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함과 동시에 수익률도 높여보겠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올해 아마나를 비롯해 보쉬·월풀·GE 등 백색가전과 도시바·소니·필립스·산요 등 AV가전 부문의 매출을 확대해 외산 가전부문에서 총 147억여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이같은 계획의 일환으로 이 회사는 올초부터 도시바 TV를 직수입해 판매하고 있으며 연말까지는 3000여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컴팩·후지쯔·델 등 외국 노트북PC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강화되고 있는 것과 발맞춰 이 회사가 국내 총판권을 갖고 있는 도시바 노트북PC로 국내 노트북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이마트를 운영하는 한신유통은 올들어 완전평면TV 및 프로젝션TV, 전기보온밥솥, 전기포트, 핸디청소기 등 4가지 품목을 외산제품군에 새로 추가하고 기존 취급제품도 모델수를 늘렸다. TV와 냉장고의 경우 아직은 국산에 비해 매출비중이 3% 미만이지만 앞으로 디지털·대형화 바람을 타고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주력하고 있는 외산가전 품목은 음향기기 분야. 지난해에는 필립스·소니·아이와·파나소닉 등의 미니컴포넌트 10개 모델을 운용했으나 올해엔 마란츠와 JVC 제품을 추가해 14개 모델을 도입, 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밖에도 올들어 외산 카메라·미니카세트·CDP·헤어드라이어·면도기·다리미 등의 제품도 모델수를 각각 2개씩 추가하는 등 외산 제품 취급을 늘리고 있다.

양판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제조업계에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판점의 수입제품 취급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어서 향후 국내 업체들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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