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포럼, 어떤 논의 이뤄지나

차세대 영상기록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기술의 규격을 제정하고 기술방향을 설정하는 세계적인 회의인 제 12회 DVD 포럼 최고의사결정기구회의(DVD Steering Committee)가 25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그동안 일본과 미국 업체들에 의해 주도돼 왔던 DVD 포럼이 국내에서 처음 개최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DVD 관련 국제회의에서 일본 등 선진국에 끌려다녔던 국내 업체들이 이제는 일본과 대등한 입장에서 국제적인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DVD 포럼은 지난 97년 소니, 히타치, 마쓰시타 등 일본업체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업자 단체로 자율적으로 DVD 표준을 주도해왔다. 이 포럼에는 세계 222개 업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그 중 17개 업체가 최고의사결정기구를 구성해 표준제정과 개발방향 등을 결정하고 있으며 국내 업체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97년에 최고의사결정기구 회원으로 가입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복제방지와 규격채택 등 수십건의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며 이중 DVD 오디오의 복제금지를 위해 CPPM(Content Protection for Prerecoded Media)방식을 채택하는 문제와 DVD 녹화방식(DVDR)의 물리 및 파일 규격을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것인가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DVD 포럼에서는 종전까지만 해도 DVD 오디오의 복제방지 기술로 콘텐츠 스크램블 시스템(CSS)방식을 채택할 계획이었으나 이 기술이 해커에 의해 무력화됨으로써 새로운 복제방지 기술을 채택키로 방향을 바꿨다. 이번에 DVD 오디오의 복제방지 기술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CPPM방식은 오디오의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암호의 자릿수를 크게 늘림으로써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도록 했다. 또 암호가 알려졌다 해도 이를 새롭게 갱신하는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안전한 복사 방지가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또 이번 회의에서는 DVD 비디오 파일을 DVDR(기록기)를 통해 녹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아닌가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영화업계는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반면 DVD 플레이어 업체에서는 환영하고 있다. DVD 비디오의 내용을 DVDR를 통해 녹화할 수 있도록 한다면 불법 복사가 가능하게 된다.

DVD의 경우 비디오CD와 달리 화질이 뛰어나 대형화면으로 볼 경우 극장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복제가 가능해질 경우 영화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DVD 포럼의 SC 회원인 타임워너가 영화업계를 대표해 반대입장을 펴게 될 전망이다.

한편 선진 업체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DVD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새로운 대용량 광 기록기술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DVD의 경우 기존 방송에 적합하도록 화질수준 및 기억 용량 등의 사양을 결정했으나 향후 HD(고품위)TV시대에는 보다 고화질, 대용량의 광 기록기술이 필요하게 되므로 이를 위한 기술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업체에서는 DVD보다 화질이 뛰어난 비디오를 2시간 이상 저장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안에 DVD의 규격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이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이 확인되면 21세기의 멀티미디어 환경에 대한 논의와 함께 차세대 DVD의 필요성과 기본 개념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다.

DVD 시장은 소니와 파나소닉, 도시바 등 3개 일본업체들이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98년부터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시장개척 차원에서 제품을 출시했으나 소프트웨어의 미비로 활성화되지 못했다. 올해부터는 월 10개에서 20개에 달하는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출시될 계획이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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