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물유통협회 우인회 회장(woo@kiema.or.kr)
1983년 닌텐도가 패미콤이란 게임기를 발표하여 세계의 이목을 모은 이래로 가정용 비디오게임은 늘 일본이 주도하는 가운데 뒤이어 미국이 도전하고 실패하는 패턴의 연속이었다.
닌텐도 패미콤은 1985년에 처음으로 판매기록 100만대를 돌파하고 곧이어 미국현지법인 닌텐도아메리카를 통해 닌텐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NES:Nintendo Entertainment System)이란 이름의 미국판 패미콤을 발매하여 선풍적 인기를 모은다.
유기장오락기 시장에 안주하던 세가도 닌텐도의 약진에 놀라 세가 마스터(SEGA MASTER)란 게임기를 패미콤에 대응하는 모델로 발표하지만 시장을 선점한 닌텐도를 이길 수 없었다.
이러한 시장환경에 힘입어 닌텐도는 일본의 주요 게임소프트제작사들을 자신의 독점적 하청체계 속에 편입시켜 세가 NEC 등 일본내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여세를 몰아 16비트 게임시장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의 기틀을 다진다.
한편 처음부터 컴퓨터게임(당시는 8비트 컴퓨터인 애플과 MSX의 PC게임이 주류였음)으로 강세를 보이던 미국에서도 일본의 가정용비디오게임에 자극되어 아타리(ATARI)가 출현하지만 게임내용면에서 아타리는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8비트 애플 PC게임을 컨버전한 것에 불과하여 오락실 게임을 모델로 출발한 일본게임의 역동성과 흥미로운 게임내용을 따라갈 수 없었다.
미국의 아타리가 미처 꽃망울도 맺지 못하고 사라지는 비운을 맞게 되자 아타리사는 다시한번 일본 닌텐도의 슈퍼패미콤과 세가의 메가드라이브, NEC의 PC ENGINE 등 일본쪽의 16비트게임기에 대항하는 모델로 JAGUAR란 자체 16비트 게임기를 출시하지만 이 또한 찻잔 속의 폭풍으로 끝나고 만다.
미국의 비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32비로 출발한 차세대 게임기 경쟁에서도 무참한 패배로 이어진다.
컴퓨터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가정용게임기도 느린 애니메이션영상과 단순 사운드에 머물지 않고 실사장면의 연출과 빠른 동영상, 실황음 구현으로 차세대란 이름을 얻게 된다.
일본에서는 닌텐도의 64비트게임기 N64, 세가의 32비트게임기 SATURN, 소니의 32비트게임기 PLAYSTATION(이하 플스)이 출현하고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LG전자와 일본의 마쓰시타 전기까지 가세한 다국적기업 형태로 출범한 3DO사의 3DO가 다시한번 미국의 자존심을 건 도전을 해 보지만 채 2, 3년도 버티지 못하고 또다시 일본의 신형병기 SONY 플스에 참패하고 만다.
소니의 모험은 닌텐도와는 전혀 반대되는 정책으로 시작한다. 닌텐도가 게임소프트회사들을 자사의 하청구조 속에 편입시키는 클로즈드 시스템을 유지한 반면 소니는 게임소프트회사들에게 전속을 강요하지 않는 과감한 개방전략을 구사하고 판매면에서는 닌텐도가 쓰는 총판도매상을 통한 유통 대신에 가전사업에서 쌓인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소매점 직납정책으로 다양한 게임소프트와 고성능 게임기를 저가로 유통하여 가정용게임기시장 진입후 1년여만에 거뜬히 닌텐도의 64비트게임기를 제치고 일약 세계 1위의 자리를 차지한다.
소니의 강력한 드라이브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여세를 몰아 올해 3월에 21세기
형 게임기인 회심의 플스2를 선보인다. 고선명화질을 보증하는 DVD시스템을 기반으로 PC카드를 장착하면 온라인 통신도 가능한 컴퓨터기능에다 빠르고 완벽한 3D동영상 처리능력은 가히 세계 게이머들을 열광시키고도 남는다. 소니는 가정용게임기 하나로 영상가전과 컴퓨터통신까지 연결하여 21세기 가정용게임기의 가능성이 어디까지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소니는 과거 닌텐도와 세가가 게임기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반복한 호환성의 단절이란 우를 범하지 않고 플스용 소프트를 플스2에서도 돌아가도록 해 치밀한 고객관리의 일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닌텐도는 가정용비디오게임기의 열세를 휴대용게임기인 게임보이로 전세를 만회하고 치밀한 영업전략을 구사하여 이익창출면에서는 여전히 소니를 능가하는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게임보이 게임에서 선보인 포켓몬스터가 비디오게임과 완구시장을 넘어 어린이를 상대로 한 거의 모든 제품에 포케몬신드롬을 일으켜 닌텐도의 건재를 세계에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플스2와 포케몬에 미국의 MS가 또다시 일본의 독주에 도전장을 던진다. 이름하여 프로젝트 X박스. 아직도 출발선상에서 운동화도 신지 못한 우리는 그저 그 귀추를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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