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면> 월드베스트 제품 현황 및 육성방안

우리나라 산전·부품분야의 월드 베스트 품목 및 월드 베스트 유망품목은 반도체(메모리)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테스트핸들러(반도체 검사장비), 디지털 영상저장장치(DVR) 등 첨단 하이테크 품목을 비롯해 전자레인지용 부품과 MLCC 등 일반부품과 드릴십(해양구조물), 탄소섬유(복합소재) 등 기술집약 품목까지 다양하다.

또 월드 베스트 품목을 생산하는 한국의 기업군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 및 중소기업에서 신생 벤처기업에 걸쳐 산재해 기업규모가 월드 베스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월드 베스트 제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제품은 바로 반도체.

한국은 지난 98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반도체 D램 생산국으로 부상했으며 D램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일본에 이어 제2생산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가 D램분야에서 92년 이후 1위(메모리 1위는 93년 이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LG반도체를 합병(99년 10월)한 현대전자의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명실상부하게 메모리 반도체 강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도체에 이어 월드 베스트 품목의 신화를 창조한 또 하나의 품목은 TFT LCD를 꼽을 수 있다. 삼성과 LG는 지난 95년 LCD 양산을 시작한 지 불과 4년 만에 세계 1, 2위 기업으로 도약해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세계시장의 19%, 16%를 각각 차지해 삼성전자는 98년 이후 세계 1위 업체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LG필립스LCD는 99년 세계 2위 업체로 부상했다.

이에 힘입어 국내 업체의 TFT LCD 세계시장 점유율은 지난 96년 9%에서 지난해 35%로 급신장했으며 TFT LCD는 수출을 주도하는 「효자품목」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장비분야에서는 미래산업이 그동안 일본업체가 독점해온 반도체 핵심 검사장비인 테스트핸들러의 개발에 성공해 성장을 지속하며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반도체장비 표면실장소자(SMD) 마운터를 실용화, 세계시장 개척에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첨단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메디슨이 산부인과용 초음파진단기를 개발해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을 개척하면서 세계적인 의료기기 메이커로 부상했으며, 대륭정밀은 50여개나 되는 세계 위성방송수신기 생산업체 가운데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일반부품 분야에서는 전자레인지용 고압트랜스(HVT)와 고압콘덴서(HVC), 싱크로너스모터 시장에서 지난해말 현재 국내업체들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편향요크(DY)와 FBT 시장에서도 국내 최대 종합부품업체인 삼성전기가 세계 최대 생산국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드릴십 시장의 60%를 장악, 이 분야 최대업체이며 한국화이버는 유리섬유와 카본섬유·탄소섬유 등 복합소재를 개발해 세계시장에서 복합소재 분야의 최강자로 부상했다.

월드 베스트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첫번째 성공비결로는 환경변화를 신속하게 파악해 과단성 있는 투자로 기회를 선점한 점을 꼽을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생산업체는 21세기 정보화시대의 도래를 전제로 세계시장을 밝게 예측하고 과감한 설비투자에 나서 기회선점에 성공, 시장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소극적으로 설비투자에 임했던 일본 반도체 생산업체들을 제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미래 유망사업일 경우에는 초기의 위험을 무릅쓴 과감한 의사결정(High Risk, High Return)이 시장선점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데 제2의 반도체 성공신화라고 불리는 TFT LCD산업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우물 파기」 경영도 월드 베스트 제품을 개발, 생산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한국화이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국화이버는 외국기술의 도입 없이 독자적인 복합소재 개발에 주력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최강 제품 생산에 성공, 복합소재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편 월드 베스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우선 「글로벌 경영」을 꼽을 수 있다.

반도체와 LCD 등 세계 최강의 제품을 출시한 기업들은 제품의 90% 이상을 수출할 정도로 초기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도전해 성공했으며 브랜드의 세계화 전략도 상당히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부품·산전업계가 앞으로 더 많은 월드 베스트 품목을 개발,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산업이나 소비자욕구 변화 등의 시대적인 흐름을 읽고 미래 유망 성장사업군을 선정해 집중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기존 전통제품 중에서도 품질개선 및 가격인하, 바이어 개척 등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략적으로는 월드 베스트 품목 육성을 위해 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세계 최강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의 경우에는 매출액 대비 R&D 투자가 15∼20%를 넘어서는 점을 감안, R&D분야 투자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자사만이 보유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R&D 투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연구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테스트핸들러 개발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미래산업은 연구소가 가정보다 편안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조치, 연구성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또 기획 및 디자인 능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월드 베스트 품목을 발굴, 육성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정보통신 및 인터넷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아마존 등은 남들보다 앞선 신제품 기획력을 보유, 단시간내에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월드 베스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갖춰야 할 또 다른 자세는 세계시장을 목표로 도전하는 진취적 정신이다.

세계 최강의 제품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은 수출비율이 90% 이상일 정도로 초기부터 세계시장을 목표로 도전했으며 대륭정밀 등 일부 기업들은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월드 베스트 제품을 개발하거나 발굴·육성한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좁아지고 치열해지는 지구촌 경쟁사회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는 1등 업체의 뒤을 쫓아가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월드 베스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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