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력 스카우트와 기업윤리

최근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인력 스카우트를 둘러싼 기업간 분쟁이 늘고 있다는 보도다. 더욱이 이 같은 기술인력 스카우트 분쟁은 첨단 분야의 고급인력이 절대 부족한 국내 정보통신산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주에는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이 휴대전화 기술인력의 스카우트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기자회견을 갖고 『자사의 시분할다중접속방식 이동통신기기 핵심 개발인력을 빼가기 위해 LG정보통신이 거액을 들여 스카우트하려 했다』며 법적 대응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정보통신은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모집에 이들이 응한 것이며, 스톡옵션제가 없어 우수인력을 유치할 때 일시불 보너스를 지급하는 사이닝 보너스제도를 통해 돈을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는 보도다.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는 나중에 조사결과가 나오면 가려질 일이지만 이 같은 사례가 차츰 빈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인력 스카우트는 해당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의 사활이 걸린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이는 전문인력 유출로 인한 기술 및 영업비밀 보호가 어렵고 더욱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일 경우 기술인력 유출은 기업경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봉제 실시 등으로 평생직장 개념이 퇴색한 데다 기술의 발전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현실에서 이직 인력의 장기간 동종업체 취업금지 조치는 사실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막는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고 그렇다고 전적으로 기업의 고용윤리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인력 스카우트 문제는 일과성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분야 인력은 지난해 말 100만명 수준에서 2004년에는 146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 배출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만약 이 같은 인력 불균형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인력 스카우트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고 그로 인한 분쟁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선 해당 업체와 정부는 각자 역할을 분담해 모자라는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올들어 대학교육의 개편과 각급 학교에 대한 첨단 과학기자재 지원 및 전문교육기관 설치 등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방침 아래 각종 정책을 추진중이지만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는 학교교육의 내실화와 교육 정책의 개선 등을 통해 산업현장의 필요 인력을 양성하도록 해야 하고 기업들은 기존 인력의 재교육과 동기유발 및 기술개발 채용 확대 등으로 자체내에서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기업들의 인력 스카우트는 특정인에 대한 지나친 임금인상과 이로 인한 사내 위화감 조성은 물론이고 자체적으로 땀흘려 기술개발에 치중하기보다는 돈을 많이 주고 필요인력의 스카우트에 의존하는 나쁜 풍토를 조성해 기술축적 노력을 소흘히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정부나 기업들이 이번에 인력 스카우트 방지책 마련에 소흘히 하면 인력 스카우트 분쟁의 피해자는 다름 아닌 관련 업체들이고, 게다가 생산성 저하나 첨단 기술개발 차질은 국가경쟁력 열세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자성과 조속한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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