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시민단체와 협회의견 (끝)
문화관광부는 이번 「음비게법」의 개정을 추진하면서 정부유관기관·지방자치단체·유관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문화부는 지난해 12월 3일 음비게법 개정 방침을 발표한 이후 안을 확정할 때까지 31개 중앙부처, 15개 시도 검찰청, 20여개 유관기관·단체로부터 의견을 들었기 때문에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관련단체들은 문화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보안돼야 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시민단체의 경우 음비게법이 음반·비디오·게임·노래방·PC게임방 등 사회 문화 전반과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문화부가 개정안을 만들면서 시민단체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반영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서울YMCA·기독교윤리실천운동·음란폭력성조장매체대책시민협의회 등 10개 시민단체는 문화부가 지난 4월 4일 음비게법 공청회를 실시한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음비게법」 개정안은 업자의 이해관계에 얽매인 불공정한 법안』이라며 수정을 요구했다. 이 성명서에서 시민단체들은 『문화부는 관계부처와 5개 업종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한 반면 시민단체들의 공익적인 의견은 전적으로 배제하는 상식 이하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문화부측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이후 문화부는 지난 5월 4일 시민단체들과 간담회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18개 항목에 걸쳐 음비게법 개정안의 내용 수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문화부에 제시한 의견서에서 △관련 산업의 폐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을 법의 목적(1조)으로 명문화할 것 △성인게임장과 청소년게임장의 연령 구분을 18세에서 19세 미만으로 상향 조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문화부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중점사항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규제완화에 있어서도 모든 게임장과 PC방을 청소년 보호를 위해 등록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문화부의 정책방향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문화부에서 사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업계의 협회·단체 등이 사후관리 권한을 갖도록 하는 규정(25조2항)을 「시민단체 등 중립성이 보장된 사후관리위원회의 신설」로 바꿀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시민단체들은 게임장(성인용 제외)·노래방의 출입시간 제한, PC방의 음란 콘텐츠 차단장치 설치 의무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의견이 끝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시민단체 이름으로 「음비게법」 개정을 요구하는 입법 청원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자녀안심하고학교보내기운동국민재단(이사장 김수환 추기경)측은 문화부가 성인오락실을 허용하려는 방침에 대해 사행심을 조장하는 우민정책의 일환이라며 현행 오락실에서의 사행성 게임의 실태 등을 조사해 국회 문광위에 제출하는 한편 성인용 오락실의 허용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국민 서명 운동, 입법저지 투쟁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관련단체들도 문화부의 안이 업계의 요구와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게임 분야에서 성인오락실을 허용한 것에 대해 관련단체들은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하고 있다. 전자오락실 업소들의 단체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이은덕 회장은 『성인오락실을 허용할 경우 불건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탈법행위, 사행 및 도박행위가 성행할 것으로 우려될뿐 아니라 연령에 따른 게임물 등급을 이용하는 개정법 체계 내에서 성인오락실을 구분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아케이드게임 제작업체들의 단체인 한국게임제작자협회(회장 김정율) 역시 성인용 게임장의 허용은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며 관련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개정안에서 게임장의 종류를 이용연령층으로 구분하지 말고 설치된 게임 소프트웨어의 등급 및 종류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한 게임 분야에서는 「싱글 로케이션」의 허용 여부를 놓고 관련 단체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부는 개정안 2조에서 게임제공업의 정의를 내리면서 「게임물과 관계없는 다른 영업을 경영하면서 이용자의 유치 또는 광고 등을 목적으로 게임물을 대중에게 제공하는 경우 게임물의 설치장소·설치방법·설치가능 게임물·기타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전자오락실이외의 장소에서 한 두 대의 오락기를 설치해 영업을 하는 「싱글 로케이션」을 허가해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오락실 업소 단체는 이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으며 아케이드게임 개발사 단체는 전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뮤직비디오를 음반의 범주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한국음반협회는 반대입장을, 한국영상협회는 찬성의 뜻을 표하고 있어 향후 이의 개정 내지는 조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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