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해동박 수요의 80% 정도를 공급하는 일진소재산업의 노사분규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업계의 연쇄 조업차질이 우려된다고 한다. 만약 이런 사태가 지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전자제품의 수출에도 막대한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지난 4월중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억3000만달러에 머물러 올들어 지난달까지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7억7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70억9000만달러에 비하면 1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만약 이같은 수지 흑자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국제수지 흑자 목표 120억달러 달성은 말할 것도 없고 수정한 수치인 100억달러 달성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 발생한 일진소재의 노사분규는 최대한 빨리 타결점을 찾아야 하며 이를 위해 노사는 대국적 관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일진소재의 노사는 지난 3월 말부터 매주 2회씩 교섭을 벌였으나 7차 교섭에서 경영권과 인사권에 대한 회사 측의 입장을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노조 측이 불법파업에 돌입했고 회사 측은 지난 5월 3일 직장폐쇄를 결정했다고 한다. 현재 일진소재는 3개 공장 가운데 1개 공장은 가동을 중지하고 남은 2개 공장을 관리직 및 비노조원들이 가동하고 있는데 공급량이 평소의 50% 수준에 불과하다는 보도다.
우리는 이번 일진소재의 노사분규가 단순한 소재생산 차질 사태로 인한 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PCB 원판 및 제조업계로 파급이 확대되고 국가신인도나 수출전선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노사는 자신의 입장이나 주장만을 내세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사분규가 지속되면 첫째, 소재를 공급받지 못한 PCB 원판 및 제조업체들은 소재를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미 상당수 국내업체들이 외국업체에서 소재를 공급받거나 공급을 확약받아 놓은 상태라고 한다. 국내의 다른 업체가 동박을 생산하고 있지만 물량이 많지 않고 품질승인 문제까지 겹쳐 일진소재의 공백을 메우는 데는 역부족이다. PCB 원판 및 제조업체들이 만약 외국에서 소재를 들여올 경우 이제까지 10여년간 PCB 소재 국산화를 추진해 거의 자립단계에 온 PCB소재 산업은 다시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수출확대가 경제회생의 지름길인 지금 노사의 갈등이 지속돼 최악의 경우 이미 주문을 받아 놓은 제품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해 납기를 맞추지 못한다면 이는 국가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셋째, 전해동박 생산은 기계가동이 중단되면 전해액이 응고하기 시작해 설비의 재사용이 불가능하고 전해액이 누출될 경우 폐수처리가 불가능해 환경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이는 노사 양측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될 것이다. 기업경영의 양축으로 상생의 길을 가야 할 노사가 추구해야 할 일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동안 IMF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노사불이(勞使不二)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일진소재 노사는 이런 점을 깊이 인식해 하루 빨리 대화를 통해 타결점을 찾아주기를 바란다. 갈수록 심해지는 통상마찰과 수출경쟁 속에서 노사의 일치단결만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점을 재삼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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