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러브 바이러스 음모론

CIH바이러스가 무사히 지나갔다 했더니 이번에는 소위 러브바이러스라는 것이 온 세계를 헤집고 다니고 그것도 모자라 변종까지 잇따라 출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 지구적 범인 색출작업이 한창이다.

언론의 관심은 누가 바이러스를 만들고 유포했느냐에 모아져 있지만 최근 일부 외신에서는 그 이면을 들여다 보는 분석, 즉 바이러스가 유포될 경우 과연 누가 이득을 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역추적해 용의자를 지목하는 이른바 러브바이러스 음모론을 제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와이어드뉴스에 따르면 음모론자들은 우선 미국레코드사업협회(RIAA)를 지목됐다. RIAA는 현재 MP3 파일 사용과 관련, 넵스터라는 회사와 소송이 진행중인데 러브바이러스가 MP3 파일을 파괴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무작위로 MP3 파일을 다운로드하지 않게 된다는 논리가 뒷받침된다.

또 다른 음모론자들은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들을 용의자로 떠올렸다. 러브바이러스가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그림파일을 모두 파괴하기 때문에 포르노 그림을 저장하던 사람들이 다시 사이트에 접속에서 다운로드하게 되면 결국 업자의 수익이 올라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목된 인물은 소프트웨어 업계의 황제 빌 게이츠다. 러브바이러스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메일프로그램에서만 작동된다는 데 착안한 것으로 최근 연방정부의 공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빌 게이츠가 심술을 부린 것이라고 의심한다.

믿거나 말거나 흥미 위주의 이 같은 음모론이 제기된다는 것은 그 사실성 여부를 떠나 컴퓨터 바이러스가 이제는 감기나 AIDS 바이러스보다 사회체제에 훨씬 심각한 타격을 가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반증해 주는 것이다.

하나의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전세계로 유포되면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히는 것은 정보화 사회, 네트워크 사회가 아니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AIDS보다 전염력이 뛰어난 컴퓨터 바이러스를 인간이 직접 만들어 낼 수 있고 죄의식 없이 일반에 유포시킨다는 사실이다.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손끝 클릭만으로 세상이 뒤짚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지는 것은 기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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