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중 새너제이주립대 교수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이 설립한 벤처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황 인식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미국에서 정주하는 외국인 정보기술(IT) 전문가의 일반적인 특성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뛰어난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다. 또 문화적인 장벽을 거의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융통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인도인은 미국에서 선호하는 가장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뛰어난 언어능력을 갖고 있는데다 우수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 당국은 정책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 우수한 두뇌들을 보유한 국가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때문에 인도인은 미국 IT산업에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인도내에서 성공하면 일단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우선적으로 별도의 다국적 법인을 설립, 기업의 로컬라이제이션에 주력한다. 인도인과 한국인에 대한 평가가 다른 것도 아마 이 같은 요인들 때문일 것이다.
반면 한국의 기업가들은 우선 언어부터가 문제다. 영어실력이 우선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데다 문화적인 장벽도 높다. 그럼에도 한국기업은 세계시장, 특히 미국시장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 국내 IT시장의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진출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벤처이고 실리콘밸리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벤처란 일반적으로 기술과 자본·경영이 네트워크화된 집합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벤처인은 기술과 자본 및 경영을 조화롭게 네트워크화시켜 미국 현지에 맞는 미국식 벤처 육성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의 한국식 벤처모델에 대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한국벤처기업의 수익모델은 숫자만으로 현혹시키려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기술·인력·자본 등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차별화시킬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아직은 사례가 적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방향성 설정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우선 정부에 의한 관주도의 대규모 인큐베이팅 방식의 벤처 육성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벤처기업도 정부의 지원보다는 혹독한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미국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한국시장만의 독특한 산업구조상 일정 부분 이를 인정은 하지만 그렇더라도 정부의 지나친 지원은 문제다. 민간의 문제는 민간에 자율적으로 맡겨두는 것이 현명하다. 언론 또한 어떤 기업의 광고에 주력하기보다는 기술에 대한 예측과 보도를 통해 벤처기업의 방향성을 심어주는 역할 변화에 힘써야 한다.
벤처기업 스스로도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떤 기술을 기반으로 언제 제품을 개발할 것인지, 또 언제 주식상장(IPO) 단계로 갈 것인지, 세세한 단계별 운영방안을 가져야 한다. 또 마켓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이며 회사의 내부 및 외부 역량과는 어떻게 결합,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 뚜렷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는 벤처기업은 특히 외부 역량과의 제휴에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KSI나 I·PARK 같은 공공 기관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도 지원업체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국의 벤처캐피털이나 엔젤을 이용하거나 핵심 한국인 엔지니어나 전문가, 현지 변호사, 컨설턴트 및 유학생 등 현지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현지화를 앞당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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