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판 유통업계, 인텔 CPU정책에 「갈팡질팡」

「국내 PC시장은 인텔을 비롯한 외국 칩세트 업체들의 시험장인가.」

최근 주기판 유통업계에는 이같은 자조섞인 탄식이 잇따르고 있다. 인텔사가 중앙처리장치(CPU)의 사양을 1분기가 멀다하고 바꾸고 있고 경쟁업체인 대만의 비아사도 CPU와 칩세트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주기판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그에 걸맞은 주기판을 내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

특히 인텔과 비아사가 내놓은 주기판 칩세트 가운데 일부 제품은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주기판 유통업계는 재고부담을 적지 않게 떠안게 되면서 인텔과 비아의 칩세트 개발경쟁에 놀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성이 일고 있다.

주기판 유통업계에서 시장점유율 1위인 유니텍전자의 경우 현재 시장에 꾸준히 공급하고 있는 제품만 10개 모델이다. 인텔의 주력 칩세트였던 BX칩세트 기반 주기판과 저가형인 i810칩세트 기반 주기판, i820칩세트 기반 주기판 등 인텔계열 제품만 해도 4종이 넘고 여기에다 비아의 693A와 694X칩세트를 장착한 주기판까지 합치면 유통모델만 10종에 달한다.

엠에스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는 모델은 6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i815칩세트 기반 주기판과 AMD CPU를 위한 비아KX133칩세트 주기판을 들여오면 10여종을 웃돌게 된다.

이들 주기판 유통업계는 이처럼 유통모델만 10여종에 이르며 이전에 공급했던 제품 재고나 AS용 제품까지 합치면 20여종의 주기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재고 및 AS용 제품을 시가로 환산하면 3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주기판 업계는 『인텔과 비아가 CPU 및 칩세트 개발경쟁을 벌이면서 품질이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품을 출시해 시장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 인텔의 i810칩세트가 그랬고 최근 비아 694X 및 KX133칩세트도 인텔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내 주기판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비아의 694X 및 KX133칩세트를 장착한 주기판을 선보였지만 일부 하드디스크와 그래픽카드의 호환성에 문제가 발생, 판매량이 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기판 업계의 한 관계자는 『CPU와 주기판 칩세트가 같은 시점에 나와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가 경쟁을 치열하게 하다보니 칩세트 개발에 앞서 CPU가 먼저 나와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기판 업체들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칩세트의 품질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경쟁적으로 주기판에 장착해 출시하고 있고, 결국 첨단 제품을 선호하는 PC마니아들을 시험대상으로 삼는 측은 바로 주기판 업체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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