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망이 국가 기간통신망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방송신호 송수신에 쓰였던 케이블TV망이 광동축(HFC)망으로 고급화되면서 데이터 통신까지 구현, 기간망으로서 면모를 일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광동축 케이블TV망은 기존 시설과 망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인데다 10Mbps급 전송속도를 안정적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인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두루넷·하나로통신·드림라인·SK텔레콤·데이콤 등 굵직한 통신사업자들은 물론이고 전국 800여개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들까지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할 태세다. 더불어 케이블TV망 초고속 인터넷을 구현하는 가입자 장비인 케이블모뎀(CM)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활황을 맞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케이블모뎀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 올해 최소 100만∼150만대의 케이블모뎀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련업체들의 공급능력은 60만대를 밑돌 전망이다. 그나마 60만대는 각 업체들의 설비증설계획이 완료된 후에나 가능할 뿐, 현재의 공급능력으로는 10대를 주문하면 3대를 납품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결국 케이블TV망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가입 신청자 10명 중 7명에게 『설치가 늦어져 죄송하다』고 사과하기에 바쁘다.
◇원인=지난해 국내 케이블모뎀 수요는 약 10만대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서비스 사업자들의 주문이 갑작스레 늘어 올해 10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케이블모뎀 제조업체들은 수요 폭증에 대응할 만큼 설비를 증설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삼성전자가 연간 50만대 수준인 케이블모뎀 생산설비를 100만대로 늘릴 계획이고 모토로라를 비롯한 테라욘, 콤21, 톰슨, 아리스인터액티브 등 해외 유명업체들이 국내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크로스텍, 주홍정보통신, 세진T&M, 시스웨이브, 넷앤시스 등 국내 중소기업들도 생산 및 공급 안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 통신부품의 품귀현상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 당장 케이블모뎀 수급불안이 해소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맥(MAC)칩, 마이크로프로세서, 플래시메모리 등 케이블모뎀 3대 부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안은 있나=데이터 입출력을 제어하는 케이블모뎀용 MAC칩 세계 수요의 80% 이상을 브로드컴이 공급한다. 이 회사는 EAP(Early Access Program)를 운영, 10여개 케이블모뎀 업체들에 MAC칩을 우선적으로 공급해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크로스텍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일단 두 회사는 MAC칩 수급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다. 따라서 두 회사는 MAC칩을 제외한 일부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부품들의 수급처를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회사들은 브로드컴, 텍사스인스트루먼츠, 모토로라, 인텔 등의 핵심부품 공급량이 늘어나기만을 학수고대할 뿐 별다른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망=이미 국내 케이블TV망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은 상반기 주문을 끝냈다. 물론 케이블모뎀 제조업체들이 주문량을 다 채워주지 못하고 있지만 당분간 추가 주문은 없을 전망이다. 때문에 6월까지 가입 적체 상황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7월부터 다시 서비스 사업자들의 가입자 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고 특별한 케이블모뎀 공급량 증대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적체의 악순환」을 예상케 한다. 특히 해외 유명업체들의 물량공세에 따른 국내시장 잠식도 우려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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