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스템통합(SI) 산업은 그룹 계열 SI업체에 의해 주도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그룹사들이 계열사의 전산실을 통합, SI전문업체를 출범시키면서 국내 SI산업 발전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국내 SI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 기업군으로 자리잡고 있는 곳이 삼성SDS, LGEDS시스템, 쌍용정보통신, 현대정보기술, SKC&C 등 대그룹 계열의 SI업체들이다. 여기에 정부투자 공기업 내지는 중견 그룹의 자회사 형태를 취하고 있는 포스데이타, 한전KDN, 신세계I&C, 농심데이타시스템, 동양시스템즈, 대신정보통신 등이 중견기업 군에 가세하고 있다.
또 금융, 의료, 교육, 지리정보시스템(GIS) 등의 전문 분야에서는 KCC정보통신, 비트컴퓨터, 고려정보테크, 지오스테크놀로지 등과 같은 전문업체들이 뛰고 있으며 100∼150여 중소 SI업체들이 그룹계열 SI업체들과 협력사 관계를 유지하고 각종 대형 정보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속에서 지난 90년대 초반 회사 설립한 지 불과 5년만에 국내 SI업계 3위를 차지하며 전체 시장 판도를 바꿔 놓았던 장본인이 바로 포스데이타다. 이 회사는 현재 업계 순위에서는 다소 밀려나 있지만 출범 당시 과감한 사업 추진으로 숱한 화제를 낳았으며 지금도 대그룹 중심의 SI시장 구도를 한순간에 바꿀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다크호스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포스데이타를 이끌고 있는 주요 임원진 대부분은 포항제철 출신의 철강맨들이다. 현재 대표이사로 있는 김광호 사장(57)도 지난 69년에 포항제철에 입사해 20년 넘게 관련 계열사에 근무하다 97년에 포스데이타로 자리를 옮겼다. 김 사장은 강력한 사업 추진 능력만큼이나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이어서 현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장과 한국시스템통합연구조합 이사장직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SM부문을 총괄하는 신경래 전무와 SI 및 컨설팅 사업 부문 김영대 전무도 지난 74년에 포항제철 및 포스코에 입사, 전산시스템 및 정보시스템 부장을 역임한 전산 엔지니어들이며 경영지원부문 김세희 상무와 사업지원부문의 김태균 상무 역시 70년대 초반부터 포항제철에서 근무해온 임원들이다.
포스데이타에서 포철 출신이 아닌 유일한 임원으로는 최근 GIS부문 사업을 대폭 강화하며 외부에서 영입해온 오종우 상무(48)가 있다. 오 상무는 국내 GIS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지형환경학 분야의 박사급 엔지니어로 현대정보기술 GIS 팀장과 효성데이타시스템 연구소장을 거쳐 지난 3월에 포스데이타의 GIS사업단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지난 1967년 한국생산성본부 부설 한국전자계산소로 출발해 지금은 금융SI 분야 전문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KCC정보통신은 국내 전문 SI업체들의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모범 답안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실제로 KCC정보통신의 창업자인 이주용 회장(65)은 컴퓨터 산업의 태동부터 부흥에 이르는 역사를 직접 만들고 지켜본 국내 컴퓨터산업의 산 증인이다. 지난 60년에 미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IBM 본사에 입사하며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이 회장은 당시 컴퓨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도입한 장본인이다.
현재 KCC정보통신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상현 사장(34)은 이주용 회장의 장남이며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90년 한국전자계산(주) 시절부터 줄곧 회사 경영에 참여해 왔다. 이 사장은 SI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30대 경영인으로 최근 과감한 회사 구조조정을 통해 KCC정보통신내 각종 계열사들을 분리, 독립시키고 대신에 정보가전 및 인터넷 방송분야에 신규 진출하는 등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농심계열 SI업체인 농심데이타시스템의 김용서 사장(58)은 지난 83년에 쌍용컴퓨터(현 쌍용정보통신) 상무를 거쳐 95년부터 3년간 쌍용정보통신의 사장으로도 재직한 바 있는 SI분야 원로급 인사다. 김 사장은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클레어몬트대학 및 국민대학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농심데이타시스템의 시스템총괄사업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낙훈 전무도 쌍용정보통신 출신으로 지난해 김 사장과 함께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세계그룹 계열 SI업체인 신세계I&C의 권재석 사장(52)도 지난 72년부터 제일모직 전산실을 거쳐 신세계백화점 전산실장과 삼성데이타시스템(현 삼성SDS)의 정보통신담당이사로도 활동한 바 있는 국내 전산 1세대다. 권 사장은 삼성그룹 재직시절부터 신세계백화점의 각종 정보시스템 도입을 주도해 왔으며 특히 83년에 신세계백화점 전산실장으로 일하며 국내 최초로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을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신세계I&C에서 권 사장과 함께 일하고 있는 남대선 이사도 삼성중공업 전산실 출신으로 지난 84년에 신세계백화점 전산부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이곳에서 줄곧 일해 왔다.
SI업계 대표로는 젊은 축에 속하는 동양시스템즈의 황태인 사장(48)은 미국 벨연구소에서 근무하다 지난 92년 국내 이동사업자 선정시 쌍용그룹의 이동통신사업 기획담당이사로 영입된 것을 계기로 SI 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전자공학 박사 출신인 황 사장은 쌍용정보통신을 거쳐 한국어센드 지사장과 성미전자 전무 등을 거쳐 지난해 동양시스템즈의 대표이사로 전격 발탁됐으며 전문 엔지니어로서의 경력을 살려 현재 대한전자공학회, 대한통신학회, 한국정보과학회 등에서 전문의원으로도 활동중이다.
또한 동양시스템즈의 초대 사장을 지냈던 김진흥씨는 현재 네트워크 통합업체인 KDC정보통신의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으며 한국전자인증의 신홍식 사장도 이 회사 기술연구소장 출신이다.
교보정보통신의 이경호 사장(57)은 국내 정보시스템 분야에서 손 꼽히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이 사장은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한국후지쯔의 사장을 맡았을 정도로 일본 후지쯔가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코오롱정보통신과 미국 CA가 합작 설립한 라이거시스템즈의 김영주 사장(50)은 73년에 한국나이론(현 코오롱) 총무부에 일반 사원으로 입사해 현재 대표이사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항상 코오롱 그룹의 정보통신 분야의 신규 사업 추진에 깊이 관여해 왔으며 미국 지사장 시절 독학으로 석사 학위를 마칠 정도로 학구열이 강한 노력파다.
최근 그룹 계열 SI업계에서 가장 파격적인 인사로 눈길을 끈 CJ드림소프트의 우광호 사장(60)은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경제지 기자 출신이다. 우 사장은 정보통신 분야에 광범위한 인맥 관계를 확보하고 있는 인물로 정평이 나 있으며 한국경제신문 재직시 하이텔 전신인 KETEL을 출범시킨 초기 멤버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CJ드림소프트에서 ASP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최석의 상무는 제일제당 전산실에 입사한 후 줄곧 제일씨앤씨(현 CJ드림소프트)에서 SI 및 SM 사업을 이끌어온 순수 엔지니어 출신 임원이다.
삼보정보시스템에서 최근 이름을 바꾼 TG인포넷의 이정희 사장(54)은 삼보컴퓨터의 부사장까지 지낸 삼보 창립멤버이며 지난 92년에 삼보정보시스템을 설립, 독립했다. 또 미국 유학파 출신인 대신정보통신의 이재원 사장(41)은 대신그룹 직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난 91년부터 줄곧 대신정보통신에서 일해왔다.
이처럼 그룹계열 SI업체들이 국내 관련 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 의료, 교육, GIS 등의 전문 분야에서는 대기업들보다 전문 SI업체들의 활약이 더욱 눈부시다.
또 국내 최대 교육정보화 전문 업체인 고려정보테크의 김달문 사장(41)은 한국디지탈의 기술부 과장과 한국시스템 컨설팅 이사를 거쳐 지난 93년에 벤처 사업가로 변신했으며 비트컴퓨터 조현정 사장과는 대학교 동기 동창이다.
이밖에 국내 GIS 분야에서는 한양대 도시공학과 출신인 지오스테크놀로지의 박인철 사장과 한국공간정보기술의 김인현 사장, 그리고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GIS소프트의 정동회 사장 등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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