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액세스>4회-경영 마인드 선진화

미국 유학생에서 2년만에 벤처스타 반열에 오른 와이즈넛의 윤여걸 사장(28). 98년 3월 스탠퍼드대학 유학중 단돈 2만달러로 「마이사이먼」이라는 인터넷 검색엔진 관련 벤처기업을 창업한 윤 사장은 2년도 안돼 1000억원에 가까운 부를 창출하며 이곳에서 젊은 재력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윤 사장이 짧은 시간에 스타덤에 오른 과정은 이렇다. 99년 2월 미국 NBC 유망 벤처기업 소개 코너에 출연한 이후 회사가치가 300만달러로 급등, 그해 7월 1500만달러 펀딩으로 회사가치를 5000만달러로 높였다. 이어 10월에는 미국인으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고 지난 1월에는 7억달러에 회사를 C넷에 매각, 와이즈넛으로 말을 갈아 탔다.

윤 사장의 성공 스토리는 벤처비즈니스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 벤처 경영문화가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재 실리콘밸리로 나가 있거나 새로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벤처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사장의 경우처럼 실리콘밸리는 한국식 경영 마인드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참 많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한국적 정서로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벤처기업간 혹은 벤처기업과 대기업간의 인수합병(M &A). 실리콘밸리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M &A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심심치 않게 대형 M &A가 언론을 장식한다. 멀쩡하게 잘 나가던 업체가 하루아침에 주인이 바뀌기 일쑤다.

이는 벤처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의 한계에 도달하면 조건이 더욱 좋은 기업에 인수되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회사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실리콘밸리 룰이 적용되기 때문. KTB 윤승용 미주지사장은 『이곳 벤처기업의 절반 이상이 M &A를 통해 투자회수(exit)될 정도로 M &A는 벤처경영의 기본으로 정착됐다』며 『한국기업도 M &A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잘 짜여진 각본처럼 계획적인 펀딩을 통해 자금을 조달,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실리콘밸리 벤처경영의 필수과목. 물론 원활한 펀딩을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력이나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성이 선행되야 한다. 하지만 펀딩에 대한 경영진의 마인드 정립과 기술적인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얼리엑시트닷컴 박승진 사장은 『국내기업들은 무조건 1차에 많은 자금을 받으려다 정작 돈도 못받고 비즈니스에 필요한 타이밍만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벤처라면 옥석을 가리지 않는 한국 벤처캐피털과 이곳은 근본적으로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지나친 욕심보다는 회사 가치에 맞춰 펀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기술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관리력(매니지먼트)이 중요한 것도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국내 벤처기업들이 각인해야 할 부분이다. 자리를 옮기는 데 익숙한 이곳은 조직력 와해로 굴지의 업체가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거의 모든 인종과 모든 문화가 상존하는 이곳에서 조직의 힘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관리력이 중요하다.

이곳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영자들은 기본적으로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마인드에 익숙하다』며 『외부 자원을 잘 활용하는 아웃소싱기법 등 실리콘밸리식 경영 마인드를 충분히 이해하고 진출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실리콘밸리=이중배기자 j b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