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C 4차 총회가 남긴 것

28일 제주에서 열린 세계반도체협의회(WSC) 4차 총회의 화두는 역시 인터넷이었다. WSC는 이날 채택한 공동선언문의 상당부분을 인터넷과 이를 축으로 한 IT산업 육성에 할애했다.

WSC는 인터넷의 성장은 반도체에 의해 가능했으며 이제 인터넷은 반도체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고 밝혔다. 이날 채택된 인터넷상거래 백서는 반도체업계의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회원국 각국 정부에 제출된 이 백서는 「반도체없이 WWW는 나올 수 없다」라면서도 결국 「인터넷의 성장은 반도체 수요의 증가를 직접적으로 촉진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도체업체들은 「인터넷의 성장없이 반도체의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WSC 회원사들이 인터넷상거래와 관련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WSC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인터넷상거래에 대한 관세부과 유예조치의 연장을 요구했으며 인터넷 성장을 위해 지적재산권을 한층 더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터넷상거래의 핵심인 인증과 보안 그리고 표준에 대해 정부가 지나치게 규제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WSC는 심지어 개인정보(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정부의 규제도 인터넷상거래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엄격한 법 적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도체업계가 인터넷산업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번 회의는 인터넷말고도 반덤핑 문제, 환경 대응 수준의 격차, 차세대 기술 표준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러한 안건들은 특히 한국과 대만·유럽업체들의 관심이 높다. 그렇지만 WSC는 이들 안건에서 인터넷 안건 만큼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될 수 있으면 이들 쟁점에 대한 논의조차 피해가려는 미국으로선 즐거운 결론이다.

다자간협의체로 전환한 이후 갖는 첫 회의며 또 반도체 신흥 강국인 한국에서 개최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이번 WSC 제주총회는 결국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여전히 막강한 미국의 힘을 확인한 채 해묵은 과제를 고스란히 다음 총회에 넘기면서 막을 내렸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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