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2월 결산법인 분석-성장성·수익성에서 벤처기업 『으뜸』

지난해 12월 결산법인들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성장률에서는 코스닥 등록기업이, 수익성에서는 거래소 상장기업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닥 등록기업중 첨단 정보기술(IT)업체가 주축을 이룬 벤처기업부의 기업들은 매출신장률이나 수익성, 재무구조 등에서 코스닥의 일반기업이나 거래소의 상장기업을 월등히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코스닥증권시장과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19개 코스닥 등록기업의 지난해 매출총액은 25조45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7% 증가했으며 경상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1745억원, 894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8년 대규모 경상손실(1조6220억원)과 순손실(1조7780억원)에서 벗어나 큰 폭의 흑자로 전환된 것을 의미한다.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484개의 기업도 지난해 매출액이 총 460조295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9%가 증가했으며 순익의 경우는 98년 17조5889억원의 적자에서 지난해는 9조4998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은행을 제외한 제조업의 매출은 전년의 378조7876억원에서 9.8%가 늘어난 415조8121억원을 기록했으며 순이익도 지난해 9조664억원의 적자에서 14조4620억원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1000원어치 팔아서 35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상장기업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내실없이 덩치만 키워 온 대기업들은 매출액에서는 체면을 유지했으나 매출증가율이나 순이익은 오히려 코스닥의 벤처기업에 크게 뒤졌다. 30대그룹(대우 등 10개 워크아웃기업 제외) 모두 287조9301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으나 매출증가율에서는 10.3%에 그쳤다. 순이익도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10조2427억원 규모에 그쳤다.

이에 비해 코스닥시장의 131개 벤처기업은 매출과 순익이 4조5915억원과 3586억원으로 각각 54%, 211%가 증가했다. 이는 거래소와 코스닥의 일반기업에 비해 매출증가율이나 순익증가율보다 훨씬 앞서는 것이다. 하지만 거래소의 정보통신업으로 분류된 58개 IT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보다 15.3%와 621.7%가 증가해 각각 112조4786억원, 6조8976억원을 기록, 대부분이 IT기업인 코스닥의 벤처기업과 마찬가지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업종별로는 통신서비스 부문에서 한국통신이 9조5956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SK텔레콤(4조2849억원)과 한통프리텔(2조2588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통신장비에서는 LG정보통신과 텔슨전자, 네트워크장비에서는 콤텍시스템과 인성정보, 컴퓨터부문에서는 삼보컴퓨터와 KDS, 인터넷부문에서는 LG홈쇼핑과 다음커뮤니케이션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그룹별로는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현대가 83조3944억원을 기록해 그룹매출 수위를 지켰으며 12개 계열사를 가진 삼성이 76조8099억원, LG 44조893억원, SK 26조2853억원, 한진 11조1155억원 순이었다. 반면 순이익에서는 IT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성과 LG가 각각 3조2538억원, 2조7900억원으로 그룹 1, 2위를 지켰으며 현대는 지난해 6조8246억원의 적자에서 1조2855억원의 흑자로 반전돼 그 뒤를 이었다. 또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대폭 슬림화한 쌍용(978억원), 한화(3430억원), 두산(1535억원), 효성(924억원), 코오롱(3016억원), 동양(799억원) 등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으나 한솔과 새한은 반대로 적자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기업별로는 거래소의 현대종합상사가 37조6489억원의 매출을 기록, 35조3257억원 규모에 그친 삼성물산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그 뒤를 이어 삼성전자 26조1178억원, LG상사 18조432억원, 한국전력 15조5164억원 등의 순이었다. 최근 인터넷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종합상사들을 IT기업으로 분류할 경우 현대종합상사·삼성물산·삼성전자·LG상사·한국전력·LG전자·한국통신·SK상사·현대전자·SK텔레콤 등이 「IT 톱10」으로 랭크된다.

순이익에서는 삼성전자가 3조1704억원으로 단연 1위였다. 98년에 비해 1689.5%라는 경이적인 순익증가율을 보인 LG전자도 2조50억원의 순익을 올려 「넘버2」 자리를 지켰다. 순익에서는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한국통신(3833억원), SK텔레콤(3042억원), LG정보통신(2978억원), 현대전자(2243억원), 삼성SDI(1886억원) 등 IT기업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IT기업은 특히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매출액증가율과 순익증가율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거래소에서는 팬택, KEP전자, 맥슨전자, 삼보컴퓨터, 미래산업 등이 매출액증가율 상위권에 랭크됐으며 희성전선, LG전자, 동부정밀, 일진전기 등은 순익증가율에서 상위권을 장식했다. 반면 적자로 전환된 기업은 미래산업과 삼성전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업이 비IT기업이었다.

코스닥에서는 중소기업은행이 4조925억원으로 매출 1위를 기록했으며 그 뒤를 이어 한국통신프리텔(2조2588억원)과 아시아나항공(1조7849억원)가 2, 3위를 차지했다. IT기업으로는 텔슨전자, LG홈쇼핑, 삼구쇼핑 등이 상위권에 진입했다.

그러나 매출액 증가율에서는 하나로통신이 무려 2만3237.5%를 기록해 1위로 올라섰으며 드림라인 1544.17%, 한국기술투자 1365.6%,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 815.9%, 인터파크 593.6%, 피에스케이테크 496.1%, 텔슨전자 434.7% 등 대부분이 IT기업이었다. 순익증가율에서도 성도이엔지, 삼우통신공업, 서울일렉트론, 크린크리에티브, 오피콤 등 코스닥에 신규 진출한 IT기업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편 그동안 「벤처기업 거품론」으로 세간의 우려를 자아냈던 코스닥의 벤처기업들은 지난해 높은 주가상승률과 이로 인한 고가의 유상증자 및 공모에 따라 재무안정성이 대폭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채비율은 100%를 밑돌고 있으며 유동자산의 경우도 유동부채에 비해 2배 이상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일반의 우려와는 달리 기업의 위험도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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