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통신장비 공급업체 주가 상승, 마진 낮아 수익 별 도움 안돼

증시에서 성장주의 퇴색으로 실적이 탄탄한 통신장비주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특히 최근 대규모 시스템 납품 계약을 체결한 통신장비업체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마진이 작은 외산장비를 받아다 일부 부품을 추가하거나 커스터마이징해 공급하는 사례가 빈번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더라도 외산장비 일색으로 공급할 경우 내실(순이익)보다는 외형(매출)만 커질 확률이 높은 데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기업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성미전자(대표 유완영)는 20일 한국통신 초고속인터넷망에 쓰이는 광파장분할전송장치(WDM)를 252억3700만원에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는 공시를 내면서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성미전자 주가는 지난 17일 증시 폭락으로 하한가를 기록한 후 한국통신 납품건으로 4일 연속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성미전자는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제품을 공급받아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매출 규모에 비해 순이익 발생은 기대보다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웰링크(대표 박찬흠)도 하나로통신과 583억원 규모의 광가입자망 공급 계약을 체결해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매출액(226억원)의 3배가 넘는 8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는 소문이 지난 19일 증권가에 퍼지면서 3일 내내 하락하던 주가가 초강세로 반전했다. 하지만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장비를 들여와 시스템을 구축, 사실상 실익은 웰링크보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 측이 더 많이 얻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장비를 공급할 경우 30%가 넘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외산장비는 많아야 10% 정도』라며 『외산장비 의존도가 높은 업체의 수익률은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지난 2월21일 한국통신에 536억원 규모의 외산 ADSL가입자접속장비를 공급했던 청호컴넷(대표 박광소)도 공급계약 체결 전날까지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외산장비 공급으로 수익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후 6일 연속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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