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코스닥, 나스닥 영향 서로 엇갈려

-코스닥은 거품 더 걷히고 거래소는 저평가 인식 확산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시장이 연일 춤추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와 코스닥에 시장파급력이 상반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시장을 기준으로 놓고 볼때 코스닥시장은 당분간 조정과 혼조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거래소시장의 실적우량 종목들은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여서 외풍에 의한 양 시장의 반응은 당분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나스닥은 반등에 성공했는데 코스닥시장은 왜 계속 빠지냐는 게 18일 장을 지켜보던 투자자들의 의문이었다. 급격한 혼조장세속에서 전날 나스닥시장은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날 코스닥시장은 여전히 맥없는 하락 분위기로 장을 마감, 증시 주변의 우려감을 더하고 있다. 이날 전저점으로 여겨지던 지수 170선마저 무너져 이제는 심리적인 지지선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힘없이 밀려나고 있다. 코스닥시장이 상승과 하락이라는 뚜렷한 추세장에서는 나스닥과 쌍둥이같은 동조화 경향을 나타냈지만 최근의 악조건속에선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이다.

증시전문가들은 나스닥 반등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시장이 여전히 위축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양 시장간 대표주의 차이에서 찾고 있다. 동양증권 서명석 투자전략팀장은 『나스닥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주도주들은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서도 실적을 겸비하고 있는 대표기업들이라는 점에서 「실체」가 없는 코스닥시장 대표주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성장성에서 실적위주로 투자기준이 바뀌고 있는 최근 증시의 패턴을 고려할 때 코스닥시장은 나스닥에 비해 충격이 더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7일(현지시각) 나스닥시장에서도 시스코시스템스·오라클·선마이크로시스템스·MCI월드컴·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 등 세계시장을 좌우하는 외형을 갖춘 기업들이 큰 폭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인터넷 대표주인 야후는 전일에 비해 1.4% 더 떨어져 희비가 엇갈렸다. 코스닥 대표주인 새롬기술·다음커뮤니케이션 등도 실적보다는 「인터넷」이라는 테마형성에 수혜를 입어 시장을 주도했던 만큼 최근 혼조장세에서 시장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서명석 팀장은 『코스닥시장에 뚜렷한 분석지표가 없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을 점치기 힘들지만 현재 지수 160선은 최소한 자율반등권으로 인식된다』며 『지금까지의 폭락세가 성장성만을 내세운 개별종목 및 시장전반의 거품을 걷어내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이제는 상승반전할 시기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거래소=나스닥 상장종목들과 비교할 때 거래소시장의 첨단산업군은 지금도 훨씬 저평가돼 있으며 향후 성장가능성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많다. 동부증권은 18일 「나스닥 동조화 현상에 관한 보고서」에서 『나스닥 대형주와 비교할 때 거래소시장 우량 IT종목들의 성장률이 저평가돼 있어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다』면서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했다. 이 보고서는 장기호황을 등에 업고 높은 성장세를 구가해 온 나스닥 첨단산업 종목의 경우 성장성에 비해 주가수익비율(PER)이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나스닥이 폭락한 것도 투자자들의 기대에 비해 1·4분기 기업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첨단산업 업종군들의 매출 성장률은 10∼40% 정도이나 PER는 40∼160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150억달러인 시스코만 하더라도 PER가 150배를 넘었다. 하지만 이미 공룡기업으로 덩치가 커진 시스코의 경우 성장률이 둔화될 것을 감안하면 적정 PER는 40에 불과하다는 것이 동부증권측 설명이다. 표참조

반면 국내 첨단산업군은 매년 높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지수 상승률이 저조한 수준에 그쳤다. 동부증권 김도현 연구원은 『국내 첨단산업 관련주들과 미국 주식간에 기술적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삼성전자나 현대전자 등 거래소상장 첨단기술주는 매출 성장률에 비해 PER는 많아야 20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도현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나스닥 동조화 현상은 피할 수 없겠지만 거래소든 코스닥이든 실적과 성장성 위주의 객관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국내 증시의 흐름을 조정하는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특히 기업 내재가치가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심리적 요인에 의한 주가 변화는 분명히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서한기자 hseo@etnews.co.kr>

<표> 국내와 미국의 첨단산업 관련주 비교

종목=99년 매출성장률(%)=PER(배)

시스코=43.19=165.2

인텔=11.86=57.41

마이크로소프트=29.39=49.84

마이크론테크=24.42=66.59

델컴퓨터=47.99=87.73

삼성전자=30=17.28

현대전자=36.1=49.77

LG정보통신=18=11.93

삼성SDI=10.3=11.20

삼보컴퓨터=170=25.49

*PER 기준일은 나스닥 종목이 15일(현지시각), 거래소 종목이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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