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와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공개키기반(PKI)인증 제품과 기술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KISIA는 ETRI가 지난해 개발한 PKI솔루션이 산업계의 제품 판로를 차단하며 기술이전에 중립성을 잃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또 ETRI가 PKI제품을 개발하는 데 기반이 되는 기술을 미국에서 들여와 기술이전을 받은 업체는 해당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프로그램을 수입해야만 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ETRI측은 PKI의 경우 정보보안 관련 기반기술의 하나이기 때문에 국가 연구기관이 개발을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며 미국에서 들여온 프로그램은 대표적인 PKI 개발툴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건 개요=국내 보안업체가 문제를 삼고 나선 것은 이미 업체에서 지난 98년부터 PKI솔루션을 개발해 은행이나 금융권을 상대로 시장 개척에 나서는 상황에서 ETRI가 다시 이를 개발 추진한 것은 중복투자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ETRI의 제품공급이나 기술이전 과정이 불합리한 점이 많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협회는 최근 ETRI에 공문을 발송하고 4가지 면에서 ETRI 연구활동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선 국가 연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업체와 경쟁해 금융결제원 등 인증기관에 PKI제품을 판매해 산업계의 판로를 차단했다는 것. 또 이 과정에서 G소프트라는 특정업체와 제휴해 중립성을 저해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ETRI가 개발한 PKI제품의 X.509 코딩과 인코딩하는 기술은 미국 OSS사 컴파일러를 사용하고 이 기술 위에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수준이라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기술이전을 받은 업체는 해당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기술이전 비용의 몇 배에 해당하는 OSS 컴파일러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며 특히 그동안 기반기술을 개발했던 업체는 기술개발에 혼란마저 초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 입장=이에 대해 ETRI는 먼저 PKI는 재정경제부의 보안성 심의 검토를 받아야 할 정도로 중요하며 특정 업체가 특정 표준을 갖고 개발하기보다는 공인 연구기관이 국가 기반기술 확보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ETRI가 PKI기반 기술 확보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며 또 금융결제원 등 공인인증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게 된 이유와 관련, 이들 기관이 PKI기반 기술의 중요성 때문에 ETRI에 과제개발을 의뢰해 이뤄진 결과라고 응수했다.
특히 개발된 기술과 관련, 이미 국내 10여개 보안업체에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기술이전 업체를 모집했지만 신청업체가 없어 당시 유일하게 기술이전을 원했던 G소프트에 우선적으로 PKI 기술을 이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TRI측은 『PKI는 세계적인 표준을 지원하며 보안 관련 인프라이기 때문에 연구기관이 이를 수행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일부업체의 주장은 자세한 상황을 모르고 오직 시장 점유율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의 결과』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협회측은 『출연 연구기관은 상용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술이전을 위한 프로토타입 개발에 국한해야 한다』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ETRI가 상업적인 활동을 전개한 것은 문제』라며 강경하게 맞설 뜻을 비췄다.
이와 관련, 협회는 오는 19일 이사회 모임에서 ETRI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이를 다시 논의하고 해결점을 모색할 계획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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