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벤처 커뮤니티 구축 의미와 전망

삼성그룹의 벤처 커뮤니티 구축은 국내 정보기술(IT) 벤처산업 전반에 「휴먼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이 도입되는 신호탄이다.

그동안 국내 벤처업계는 주로 자본투자나 업무제휴 등을 통해 기업간 상호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국내 IT산업 전반을 이끌어온 삼성이 출신 인맥을 바탕으로 방대한 벤처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것은 국내 벤처산업의 전체 역학구도를 한순간에 바꿀 수 있는 중대한 일이다.

더욱이 제휴와 협력이 생명인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출신 배경을 바탕으로 결속된 인맥 커뮤니티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힘으로 작용한다.

삼성은 이미 국내 최고의 「벤처사관학교」로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벤처업계로 떠난 삼성 출신 인력은 제대로 파악이 안될 정도로 엄청나다. 삼성SDS만 하더라도 지난 1년간 전체 사원의 8%에 달하는 500여명이 벤처기업으로 빠져나갔다.

최근 인터넷 벤처업계의 스타로 떠오른 네이버의 이해진 사장, 네띠앙의 홍윤선 사장, 셀피아의 윤용 사장 등이 삼성SDS 출신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옥션의 이금용 사장과 벤처포트의 한상기 사장도 삼성 출신이다.

삼성 출신이 창업에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경우도 많다. 한솔터 단암, 쉬프트정보통신, 세이프인터넷, 스피어넷 등 컨설팅 전문업체를 비롯해 오픈TV, I-Biz, 신정보시스템, 바른정보기술, 블루버드, 올드코리아, 이글로벌써비스 등 콘텐츠업체, SI업체, 인터넷업체 등 수없이 많다.

교수로 학계에 진출한 삼성SDS 인력만도 서울대 계산통계학과 염헌영 교수를 비롯해 연세대 산업공학과 김경섭 교수, 성균관대 제어계측학과 신동렬 교수 등 40여명에 이른다.

삼성SDS가 자체 조사한 출신인력 현황자료를 보면 시스템통합(SI), 콘텐츠, 전자유통, IT컨설팅, 인터넷분야 벤처 사장이 무려 50여명에 달하고 1200여명의 인력이 각 분야 벤처업계에 포진해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삼성물산 출신 인력까지 합치면 그 수는 2배 이상 늘어난다.

삼성맨들이 이처럼 벤처기업을 비롯해 정보통신 업계의 주요 세력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그동안 삼성 그룹내 주요 IT계열사들이 보여준 암묵적인 지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공 요소다.

따라서 이들 벤처군단이 「삼성 커뮤니티」라는 이름으로 다시 뭉칠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을 불허한다.

실제로 벤처 업계는 이미 「쓸 만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해 벤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기술, 홍보, 마케팅, 총무, 인사 등 전문 분야에서 이미 확보된 인력 자원과 노하우를 서로 공유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보게 될 것이 분명하다.

삼성의 벤처기업 커뮤니티 결성은 그룹차원에선 IMF이후 구조조정으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났던 사람들의 삼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켜 주는 것은 물론 벤처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명분을 준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외에 IT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그동안 각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 온 다른 기업들에 커뮤니티 결성에 대한 명분을 줄 수 있다. 삼성그룹에 이어 현대, LG, SK 등 다른 그룹사들의 휴먼 네트워크 구축이 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벤처기업은 독특한 기술이나 기발한 아이디어,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일궈가는 「파이어니어」라 할 수 있다. 이는 시대적인 환경변화에 맞춰 탄력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게 보통이다. 이러한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에 통제를 받아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삼성의 벤처 커뮤니티 구축이 자칫하면 국내 벤처산업을 대그룹사의 지휘 통제권으로 다시 복귀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떤 그룹 커뮤니티에도 소속될 수 없는 중소 벤처 업체에 상대적인 소외감을 심어줄 수도 있다.

결국, 이번 삼성그룹의 벤처 커뮤니티 결성을 계기로 점차 거세지고 있는 벤처 열풍 속에서 그룹사들이 국내 경제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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