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기술·네이버 합병 무산 배경·전망

새롬기술과 네이버의 악수(握手)는 결국 악수(惡手)였나.

국내 인터넷 업체간 합병규모로는 최고액인 1조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음과 동시에 국내 인터넷 업계의 본격적인 인수합병(M&A)의 신호탄으로 관심을 모았던 새롬기술의 네이버컴 합병이 끝내 불발로 끝났다.

합병 발표이후 끊임없이 제기돼 온 업계 안팎의 합병 부정설이 결국 합병을 통한 인터넷 업체간 대통합에서 투자방식으로 축소 봉합되는 결과를 나타냈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셈이 됐다.

◇무산배경=지난달 16일 새롬기술과 네이버컴의 합병 발표 당시 양사가 합해지면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양사 대표의 강력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합병되어도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기 힘들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새롬기술측은 합병계획을 투자방식으로 서둘러 봉합하게 된 것은 최근 코스닥 시장의 침체로 인해 새롬기술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해 주식 스와핑(교환) 방식을 통한 합병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또한 주가하락으로 인한 주주들의 합병에 대한 반대와 주식매수청구권행사에 대한 부담도 합병계획을 바꾸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측은 새롬기술과의 합병발표 이전에 M&A형태의 파트너 관계를 맺기로 한 업체들과 공동보조를 취하기 위한 신주발행 문제부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해당업체들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삼성그룹 개입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애당초 양사의 합병을 계기로 주가를 견인해 보려했지만 주식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네이버컴을 끝까지 안고 가면서까지 저평가되는 것을 우려해 네이버컴을 일단 이번 사태에서 빼내 단독으로 코스닥에 올려 가치를 다시 평가받겠다는 설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이번 합병발표와 결렬 발표는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새롬기술과 네이버컴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도출해내기 위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사실 네이버컴측은 이번 사태로 충분한 홍보효과를 봤다고 자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점=새롬기술과 네이버컴의 합병 소식은 국내 인터넷 업계에도 미국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과 같은 그랜드 인수합병의 신호탄이 됐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합병결렬 소식이 들리면서 실망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업계는 지난 16일 합병발표 기자회견 당시 네이버컴 이해진 사장과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이 『주주들의 반대가 심할 경우 이번 합병은 결렬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미루어 합병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합병 결렬을 염두에 두고 일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양사의 무책임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M&A는 원칙적으로 견실한 두 업체가 결합해야 성공적인 모델을 갖출 수 있지만 확실한 수익구조를 검증받지 못한 양사의 이번 M&A는 오히려 적자폭이 확대되는 실패사례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작정 M&A를 시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며 이제는 확실한 수익구조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성공적인 M&A는 없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어쨌든 이번 사태는 국내 최대규모 M&A건이었기 때문에 좋은 선례를 만들어 줬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점에서 향후 M&A를 꿈꾸는 업체들에 좋은 본보기가 됐다.

많은 인터넷 업체들이 제2도약을 위해 2차 자본유치에 나서고 있는 지금, 수익기반이 부실하거나 커가는 조직을 운영할 만한 능력이 부족한 업체의 경우 업계에 떠돌고 있는 6월 정리설과 9월 재편설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또한 새롬기술과 네이버컴, 그리고 3자구도에 의한 합병설의 일역을 담당했던 다음커뮤니케이션간의 결합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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