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에필로그

「e마켓플레이스, 그 이후는」.

전자상거래란 말이 등장한 지 몇년새에 B2C, B2B, 보털(Vortal)을 거쳐 이제 e마켓플레이스 시대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e마켓플레이스 이후에는 또 무엇이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의 화두로 등장할 것인가.

e마켓플레이스는 그동안 B2B 포털이나 산업별 B2B 포털인 「보털」 등이 거래를 위한 정보제공에 초점을 둔 것에 비해 실거래가 일어나는 온라인 장터라는 개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상징적인 개념에 머물렀던 전자상거래가 본격적으로 구체화됐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최근 e마켓플레이스 구축의 주체가 이른바 오프라인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e마켓플레이스를 단지 업체가 만들어낸 용어 마케팅 차원으로 보기보다는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용어의 진화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현재의 e마켓플레이스 열풍 그 뒤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용어의 변천을 점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를 예상하는 것이다.

당분간 신규 e마켓플레이스의 등장은 계속 이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지금도 자고나면 새로운 e마켓플레이스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포레스터리서치는 『올해안에 전세계적으로 약 1만개의 e마켓플레이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점쳤다. 무서운 속도로 e마켓플레이스가 생겨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이외의 전문가들도 한결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 이후가 문제다. 이와 관련, 두가지 가능성이 현실성있게 등장하고 있다.

첫번째 가능성이 각종 e마켓플레이스들이 합병, 제휴 등을 통해 이합집산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업종별로 3, 4개의 초대형 e마켓플레이스가 전세계를 통일한다는 전망이다. 이미 GM과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연합한 오토익스체인지(AutoXchange)의 예에서 나타나듯 e마켓플레이스의 합병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e마켓플레이스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솔루션 업체 오라클은 『향후 6개월내에 e마켓플레이스 시장은 전체적인 구도가 결정날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을 정도다.

또 하나의 시장 변화 가능성이 온라인 전문업체의 몰락과 기존 오프라인 업체의 e마켓플레이스 장악이라는 시나리오다.

최근 미국의 증권시장에서 이러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e마켓플레이스에 있어 온라인 전문기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아리바와 커머스원의 주가가 계속 하락, 지난달에만 자산규모가 수십억달러나 줄어든 것이다. 웹사이트 대상 투자회사인 세이프가드사이언티픽스가 B2B 전자상거래 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인프라스트럭처 회사에 투자를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혀 B2B 전문업체의 숨통을 옥죄고 나섰다.

이러한 현상은 인터넷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이지만 특히 B2B 분야에 있어서는 성공의 열쇠가 거래 회원사의 확보라는 점에서 단순한 온라인 중개서비스보다는 잠재 고객을 현실적으로 대량 보유하고 있는 오프라인 업체가 훨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업체의 B2B 사이트는 기본적으로 사이트의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점, 실제 오프라인 대기업들의 e마켓플레이스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 등이 전문업체의 쇠락 가능성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선 솔루션을 보유한 업체와 인터넷 마인드나 노하우가 장점인 전문기업들은 지속적인 생명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불사하며 e마켓플레이스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경쟁업체간의 연합은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립적인 위치의 온라인 기업이 글로벌 e마켓플레이스의 운영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e마켓플레이스를 몇몇 오프라인 대기업들이 장악함으로써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를 제지하기 위해서도 고객들이 제3의 온라인 기업에 손을 들어 줄 것이라는 견해도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의 끝에 대해 그 누구도 확실한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오프라인 기업들의 시장 진출과 이에 따른 온라인 기업들의 시장위축 현상은 일단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종 승부에 대해 아직은 섣부른 예측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상범기자 sb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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