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계의 초미의 인력부족사태가 그 동안 경력사원 중심의 인력 충원에 나섰던 네트워크 분야 해외업체의 채용관행까지 바꿔놓고 있다.
이는 해외업체도 더이상 경력사원 중심의 인력채용이 불가능한 상태에까지 도달, 신규 인력을 양성하지 않고서는 향후 사업수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및 통합 산업의 경우 초고속인터넷망의 조기구축,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등 초고속가입자망의 폭발적인 증가 등에 힘입어 국내외 업체들의 매출은 큰 폭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력 부족으로 수요를 제대로 못따라가는 형편이다. 특히 일부 해외업체는 협력사, 경쟁사 가리지 않고 인력을 스카우트, 국내 업체로부터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인력을 빼내가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해 온 것도 채용방식의 변화를 초래한 요인이다.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대표 홍성원)는 최근 대규모 인력 보강에 나서면서 지난 95년 국내에 진출한 이래 처음으로 대졸 신입사원도 함께 모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번 회기말(회기연도 7월)까지 총 130여명의 인력을 충원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20여명을 대졸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네트워크 분야에서는 필요 인력대비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며 『20여명의 신입사원을 채용, 1년여간의 교육과정을 거쳐 전문가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다국적 네트워크 통합(NI) 업체인 데이터크레프트커미스네트워크(대표 이문영)는 상반기 내에 30여명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인데 이 중 80% 가량을 대졸 신입사원으로 모집한다. 이 회사의 이문영 사장은 『이 분야에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쓸 만한 인력은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라며 『이러한 비용을 부담하느니 차라리 신입사원을 모집, 전문가로 키우는 것이 회사나 대졸 취직난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에 대학을 졸업한 인력들은 네트워크에 대해 관심도 많고 지식들도 상당해 6개월 정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 숙련인력으로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 내 벨랩 설립을 가시화한 루슨트테크놀로지스(대표 데이비드 앨런)는 벨랩 설립에 필요한 100여명의 인력 중 30% 정도를 대졸 신입사원으로 채용한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소수의 인력을 대졸 신입사원으로 모집하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모집인력의 30% 정도를 대졸사원으로 모집하는 것은 처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네트워크 업계의 부족인력이 1000여명에 이르고 있다』며 『갈수록 인력부족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네트워크 장비업체를 비롯한 해외업체들의 인력채용방식이 앞으로는 대졸 신입사원 중심의 채용형태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는 오는 2004년까지 정보통신부문에서 21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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