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모토로라반도체통신은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에서 약 15%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중소기업3사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단말기를 공급받은 결과다. 그러나 이 회사는 수출은 물론 내수 상황까지도 본사 소관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역시 한국시장에서의 영업상황을 밝히기에 인색한 대표적 기업 가운데 하나다. 이 회사의 한국내 매출은 관련업체들로부터 나오는 수치로 어렴풋이 짐작될 정도다.
어쩌면 이들처럼 세계적이며 훌륭한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면서도 이들의 한국지사처럼 철저히 한국내 영업상황에 대해 베일로 감싸고 있는 기업도 드물 것이다. 상대적으로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나 에릭슨코리아처럼 매출실적 공개에 비교적 너그러운(?) 회사들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자연스레 의문이 생긴다. 왜 대다수 외국계 업체들이 이처럼 매출공개에 인색하느냐는 것이다. 한국에서 매출을 발생시켰고 홍보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영업상 떳떳하지 못한 점이 없는데도 말이다.
혹자는 아·태지역 매출과 관련한 본사 차원의 주가관리가 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속내야 어쨌든 국제통화기금(IMF)사태 발생시 한국에 상당한 투자를 한 사실에 대해서는 적극 홍보를 하는 모습 등으로 각인됐던 이들의 모습은 뭔지 개운치 못한 여운을 남긴다. IMF사태 속에서도 줄곧 성장세를 보여왔고 IMT2000 관련 장비공급의 호기를 맞고 있으면서도 정작 영업활동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공개조차 꺼리는 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일까.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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