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경제협력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다해도 그 동안 일부 기업 대 기업 경협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이 먼저 해결돼야 양국이 모두 「윈윈」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정보통신 업계는 오는 6월, 정상회담 이후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산업부문에서 대북 협력사업이 실효를 거두려면 정치적인 중립성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특히 북한과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인프라 측면에서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국내 기업이 당장 협력 활동에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그 동안 정치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협력사업이 중단됐던 점에 비춰 앞으로는 대북 사업이 대의적 차원에서 전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 인력의 교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컴퓨터 업계는 남북한 양측이 각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컴퓨터 기술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 인력을 활용할 경우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지금보다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호 정보의 부재도 교류 확대의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정남규 차장은 『SW 분야의 교류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상호 경쟁력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 개발 및 협력에 나서야 하는데 정보의 부재로 인해 이 같은 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업계도 이와관련, 『SW 산업은 특성상 하드웨어와 달리 개발 및 판매 등 모든 면에서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지속적인 의사소통이 요구된다』며 『남북 통신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마련돼야 할 것』이란 견해를 나타냈다.
교류에 필요한 행정절차의 간소화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안철수 소장은 『지난해 백신프로그램을 북한에 보급하기 위해 시도하다 행정절차가 복잡해 결국 포기했다』며 『교류 활성화를 위해선 행정절차의 간소화 등 정부의 지원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가 인프라 성격이 강한 동시에 초기 투자비가 엄청난데도 회수 기간이 긴 통신사업의 특성이 대북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특히 북한은 폐쇄적·획일적 사회기 때문에 통신 네트워크를 한국업체에 내주는 것만은 가급적 피하고 싶어한다는 것이 국내업계의 분석이다.
북한은 여타 국가와는 달리 루슨트·모토로라 등 미국 장비를 일제 사용하지 않고 알카텔 등 유럽제품을 도입, 평양 등의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반미·반한 정서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도 통신분야다. 이에 따라 국내 정보통신업계는 금강산 프로젝트를 비롯한 소규모 사업부터 시작, 교류 협력에 관한 토대를 다진 후 경제특구 등의 대규모 통신망 건설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인터넷과 관련돼 당장 북한의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인력이다. 그러나 북한의 인력을 이용한 국제적인 개발사업에는 장애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당국이 인력파견을 북한과 가까운 중국변경 등 특정지역으로 하고 있고, 이 지역의 인프라가 좋지 않아 국내 인터넷 기업이 바로 협력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또 창의력이 가장 핵심인 인터넷 개발에서 경색된 정치적 한계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기반 기술이나 서비스 기획 등에는 도움을 얻기 힘들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발인력을 확보하는데 한계를 갖고 있어 러시아나 인도 출신 개발인력 수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인력을 이용할 수 있다면 커뮤니케이션부 분에서 보다 원활하다는 장점도 있으나 인터넷 이해에 대해서는 미지수』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비쳤다.
가전업계는 그 동안 대북경협사업이 정치적인 이유로 자주 중단되는 등 굴곡이 심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가 급진전되면 인건비가 싸면서도 우수한 북한 노동력 활용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대기업과 달리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대북 경협사업에 대한 정보가 적을 뿐 아니라 경험도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대북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된다.
남북한 사이의 정치적 불안정이 역시 커다란 걸림돌이다. 일례로 서해 교전으로 약 3개월 걸쳐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경우도 있었다. 물류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부담이다. 이는 남북한 임가공 관련 물류 사업은 특정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관계로 북한에 부품을 보냈을 때의 선박 비용이 홍콩에 수출했을 때보다 높은 실정이다.
지금까지 벌여온 대북 임가공사업은 양질의 노동력을 싼 값에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해상 수송으로 인한 과다한 물류비와 하역시설 미비 및 통신불편, 현지 체류의 어려움 등으로 모델 변경시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다. 또한 대북 사업을 실시하는 전자부품 중소기업이 직접 북한과 교류하지 못하고 한 두 단계의 중간절차를 거쳐 사업을 진행되다보니 직접적인 현지 사업 타당성 조사를 하지 못해 과감한 대북 투자를 어렵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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