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료시대>8회-전자의무기록시스템

F16 전투기 매뉴얼은 3500권으로 중량이 전투기보다 무겁다. 이지스함 매뉴얼은 무려 23.5톤이며 이지스함이 3인치 더 가라앉을 정도로 첨단장비에 비례해 종이의 양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병원도 마찬가지다. 의사가 본연의 업무인 환자진료에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복잡한 보험제도 업무에 매달리는 시간이 많아지고 환자의 자료가 점점 두꺼워지면서 수십만톤의 보험청구서가 쌓여가는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보기술의 발달로 의료분야에서 환자 1인당 발생하는 온갖 진료기록과 각종 임상보고서 등 모든 의료정보가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의 도입으로 점차 디지털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종이 형태의 의무기록이 오는 2005∼2025년 사이에 완전하게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무기록은 환자의 질병 등 건강과 관련된 모든 사항과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제공한 진단과 치료에 관한 모든 의료서비스 내용을 기록한 문서다. EMR는 이러한 의무기록을 전자화한 것이다. 지난 94년부터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EMR는 현재 약 35% 의료기관이 도입하고 있다. 특히 개원의료기관(99년 말 1만8000여곳)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산되고 있으며 오는 7월 1일 의약분업를 앞두고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보수적인 특성을 갖는 의사들에게 EMR가 도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필연적인 원인이 존재하고 있다. 경영상의 많은 애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EMR가 도입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분 진료 3시간 대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학병원에는 대기시간이 길다. 이유는 간단하다. 환자가 많아서 또는 의사가 부족해서 대기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단지 환자를 같은 시간대에 집중 진료하거나 내원하기 전까지 직원들이 환자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보부재에 의한 관리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료정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료기관 전체 지출의 약 절반 정도를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다. 의료기관은 노동집약 산업이며 원가부담이 많은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의료기관의 인력은 전문인력 비율이 높은 각종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도 근무시간은 각 직종별로 일정 시간대에 한정되기 때문에 인건비의 상승을 가져온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정보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의무기록을 보관창고에 두지 않고 진료실에 보관해 환자 내원시 즉시 사용할 수 있다면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환자는 안락감과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돼 환자 중심의 병원·고부가가치의 병원을 이룩할 수 있다.

그러나 EMR가 실용화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 컴퓨터에 저장된 데이터의 안정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인이 사용을 꺼리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종이에 기록된 것을 컴퓨터에 입력하거나 컴퓨터에 저장된 기록을 다시 출력해 보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의료인에게 고유한 코드를 주고 이를 EMR에 입력하는 것이 서명을 대신하는, 이른바 전자서명을 법적으로 인정해 주도록 입법화를 추진중에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