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근 중앙전파관리소장
요즘 세간의 화제는 급속히 우리 앞에 나타난 디지털 패러다임일 것이다. 기존의 생활패턴은 물론이고 가치기준과 사고방식까지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기반의 산업정보와 초고속 디지털 정보통신기술이 결합되면서 디지털경제, e비즈니스, 인터넷 전자상거래 등으로 표현되는 각종 신조어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패러다임은 앞으로 어떠한 형태로 변모되면서 구체화될 것인지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정보는 비트로 처리되고 사람의 감각 중 정보흡수력이 가장 뛰어난 영상으로 편집되어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진보, 발전되어 갈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무선통신기술의 이용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것의 토양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파다.
전파통신은 19세기 말 마르코니에 의해 최초로 발명된 후 통신·방송을 비롯하여 정보의 전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어 이미 우리 일상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매김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이동전화분야만 보더라도 현재 가입자수가 2500만여명으로 이미 유선전화 가입자수를 넘어섰으며, 막바지 개발을 앞두고 있는 IMT2000이라는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은 현재보다 더 다양한 통신서비스를 예고하고 있어 전파의 이용량은 더욱 급격히 증가될 것이다.
이러한 전파이용기술의 발전과 사용확산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전파 상호간섭에 의한 통신 소통장애라는 역기능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무선인터넷이나 디지털TV방송 등의 디지털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더 많은 문제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최근 부쩍 증가하고 있는 전파법령 위반실태를 보면 고의적인 방해전파로 타인의 업무를 마비시킨다든가 통신기기의 주파수를 확장하여 경찰 무선망을 도청하는 것은 이미 고전에 속하고 타인의 사무실이나 전화선에 도청장치를 설치하여 개인비밀이나 산업정보를 빼내는 등 그 수법이 날로 지능·고도화되고 있으며,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휴대폰 번호의 불법복제 유통도 흔한 일이 되었다.
또한 각종 정보기기의 사용급증과 함께 불량 전기전자제품에서 발생하는 불필요 전자파가 첨단기기의 오작동으로 이어져 산업재해, 의료사고, 무기체계의 혼란 등을 유발시켜 인명과 재산손실은 물론이고 사회질서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는 위험요소로 상존하고 있다.
중앙전파관리소는 국가의 유한자원인 전파로 인한 갖가지 혜택을 국민이 골고루 누릴 수 있도록 전파이용을 사후 관리하는 국가기관으로서 점차 악화되고 있는 전파환경을 보호하고 국민의 전파이용 불편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CS기동팀」을 발족시켜 운영하고 있다.
CS기동팀은 연중무휴로 무선국혼신, 통신장애, TV방송 수신장애 등의 민원처리를 위해 전국에 18개팀이 가동되고 있으며, 수신자부담 신고전화와 사이버 민원시스템(http://crmo.mic.go.kr)을 개설, 전파사고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456건에 달하는 무선국 전파장애와 TV방송 수신장애를 해결하여 원활한 통신소통과 국민의 불편사항을 해소시킨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전파자원의 보호는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파이용기기를 제조·판매하거나 공사하는 사업자뿐만 아니라 전파를 이용하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 뒷받침될 때 그 효과는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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