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학의 달을 맞아

4월은 과학의 달이다. 과학기술부는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진흥을 위한 시책을 발표하고 아울러 이를 촉진하기 위한 풍성한 행사를 벌인다. 벤처와 인터넷이 최근 산업의 흐름을 좌우하다시피 하지만 과학기술입국만큼 미래를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주제가 없다는 점에서 21세기 첫 과학의 달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하겠다.

과학기술부가 올해 내놓은 과학진흥시책에는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 많다. 노벨상에 도전하는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방안이나 여성과학자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원책, 고급과학인력에 대한 연구 참여기회 제공 프로그램들이 그렇다. 특히 과학계의 숙원 가운데 하나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한 지원은 새로운 세기에 걸맞은 바람직한 시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과기부의 과학진흥과 지원방안이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과학환경을 곱씹어보면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여성 과학인력에 대한 별도의 지원이 마련돼야 할 만큼 여성 과학인력들이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많은 고급과학인력들이 일자리 걱정을 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인터넷 공고로 실시된 인턴 연구지원사업에 참여를 희망한 과학기술인력이 2000명을 넘었다는 사실에서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어려움에 처해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과학은 물질이나 현상을 규명하고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에서부터 수학과 지구 및 우주의 원리까지 다루는 학문으로, 이를 통해 인류의 삶의 본질을 풍요롭게 한다는 점에서 어느 학문보다 중요하다. 빛의 응용이나 신소재 개발 등 산업의 바탕이 되는 기반기술과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해주는 신약개발, 기상과 천체 관측을 통한 자연재난 대비와 미래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는 것들이 모두 과학과 과학자들의 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같은 과학기술은 기초기술이라는 점에서 당장의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학문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반 산업기술인력보다 과학인력들의 입지가 좁아 과학자의 길이 자기 희생의 길로 비춰지고 있기도 하다.

지금도 초등학생들에게 장래의 꿈을 물으면 과학자가 되겠다는 답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이는 지난 33년 동안 어린이들이 과학자의 꿈을 꿀 수 있도록 노력한 정부의 공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시절 꾸었던 과학자의 꿈이 나이가 들면서 바뀌어지고 대학에 들어갈 때가 되면 학과 선택이 취직 우선으로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지난 세기에 우리가 가장 부족했던 것으로 지적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기초과학이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기초기술이다. 과거와 같은 산업중심의 정책이 계속되고 과학기술인력들에 대한 관심이 뒷전에 밀려있게 된다면 21세기의 과학기술강국 건설은 하나의 허상이 될 수도 있다.

과학기술입국은 과기부만이 감내해야 할 과제는 분명히 아니다. 과기부가 과학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체계적인 연구기반을 마련해 놓는다고 과학기술입국의 꿈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과학기술 분야 입문이 자기 희생이 아닐 수 있도록 기업들의 기반기술 분야 강화 노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지원과 투자, 환경조성이 동시에 이뤄질 때 과학기술입국은 앞당겨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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