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인터넷 벤처열풍이 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그동안 불모지대로 여겨졌던 기존 산업계가 벤처열풍에 자극을 받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벤처는 거품이다」 「전자상거래는 돈이 안된다」는 인식속에 인터넷을 외면해오던 산업계가 이제 앞다투어 전자상거래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들은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사명을 인터넷시대에 걸맞도록 바꾸고 업무를 인터넷 환경으로 바꾸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해 새로운 시장과 판매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는 것은 물론 아예 인터넷사업을 위한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업체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산업계는 벤처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기던 스톡옵션이나 조직파괴를 부르짖으며 디지털경영을 몸소 실천하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작은 물방울이 거대한 바위를 뚫어내듯이 인터넷벤처의 작은 몸짓들이 마침내 도도한 물결을 일으켜 요지부동이던 거대 산업계를 밀어붙여 도도한 디지털경영의 물결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흔히 디지털경영을 두고 패러다임의 대이동이라고 한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디지털경영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란 시공을 초월하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들이 고객만족에 최선을 다하는 작은 노력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사실 국내에서는 지금이 디지털경영을 도입하기 위한 적기다. 디지털경영의 인프라인 인터넷망과 관련 솔루션이 대거 선보이고 있으며 정부도 인터넷 비즈니스에 장애가 되는 각종 제도와 법률을 손질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전자상거래에 전에 없던 관심을 기울이며 인터넷을 경제활동의 주요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전국민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자원을 집중하는 한편 초고속 인터넷망의 확대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정통부는 오는 6월부터 초고속망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통부는 유선뿐 아니라 무선으로도 누구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무선인터넷 기술개발과 기반조성에 나서는 한편 IMT2000의 조기도입으로 온국민이 인터넷을 편리한 생활수단으로 삼을 수 있도록 정책기조를 잡아놓고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에 반드시 필요한 보안과 서명·인증 등 기업과 소비자들의 전자상거래 행위에 수반되는 각종 문제도 최단시일내에 널리 보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업자원부는 전 산업계에 전자상거래를 도입하도록 해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책을 공표했다.
산업자원부는 전자상거래과를 신설해 모든 업종의 전자상거래 도입과 육성을 전담토록 하는 한편 9개 업종에 대해 업종별 전자상거래망을 구축, 원자재와 물품의 조달은 물론 판매와 수출까지 전자상거래로 전환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산자부는 주요 산업계 최고경영자들을 규합해 eCEO포럼을 발족, 산업계에 디지털경영 바람을 주입시키겠다는 정책이다.
무선인터넷분야의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선통신서비스 업체들의 발걸음은 벌써부터 요란하다. 이들은 무선인터넷의 기간망과 가입자망으로 부상할 IMT2000 사업권 획득에 전열을 가다듬는 한편 기존의 휴대전화를 인터넷과 연결시키는 작업에 분주하다.
무선전화업체들은 휴대폰을 이용해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제공하는 데서 탈피, 주식거래나 상품구매 등 본격적인 전자상거래로까지 서비스를 확대시키고 있다.
IT업체들의 발걸음은 더욱 빠르다.
국내외 유수 IT업체들은 기업체의 인터넷 비즈니스를 위한 솔루션 개발과 전자상거래 사업에 사운을 걸고 덤벼들고 있다. 오라클·IBM·SAP 등은 기업업무를 인터넷을 통해 처리할 수 있는 패키지를 내놓고 시장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HP·컴팩 등은 인터넷 환경에 걸맞은 하드웨어 개발과 공급에 치열한 경합을 펼치고 있다.
IT업체들은 특히 인터넷을 이용해 기업들이 업무용 프로그램이나 전자상거래용 솔루션까지 임대해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프로바이더(ASP)사업을 위해 짝짓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산업계에서 디지털경영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전자업체들이다.
전자업체들은 누구보다 인터넷의 특성과 속성을 잘 간파하고 있다. 디지털경영의 핵심이 인터넷을 이용한 고객관리와 속도라는 사실을 벌써부터 인지하고 있는 전자업계는 이미 백오피스 분야에서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공급망관리(SCM) 등은 어지간한 기업이면 모두 갖추고 있으며 전자상거래를 위한 각종 기반솔루션도 상당부분 구축이 진행되고 있다.
전자업계가 풀어야 할 마지막 숙제는 사람과 조직이다. 이들은 디지털시대에 걸맞도록 사람과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사내분사는 물론 사외분사도 적극 도입하고 있는 한편 기존 조직체계나 연공서열 파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경제·산업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디지털시대에도 강력한 경제주체로 활약하기 위한 목적아래 전방위적인 디지털경영 도입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은 수천억원의 자금을 비축해두고 각종 벤처기업에 투자, 장차 인터넷 비즈니스와 디지털경영을 위한 우군세력 확보에 돌입했다. 또한 전업종에 걸쳐 계열사를 두고 있는 이들은 업종별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버티컬포털(보털)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대기업들은 특히 방대한 기존 조직의 저항과 반발을 극복하고 조기에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체질을 갖추기 위해 인터넷과 기업경영에 두루 경험을 갖춘 전문가 영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오너들은 인터넷 비즈니스에 걸맞은 경영마인드를 갖추기 위해 몸소 전문가들을 초빙해 개인교습을 받는 등 디지털경영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전산환경이 열악한 중견·중소기업도 디지털경영에 눈을 뜨고 있다.
백오피스 환경조차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이들은 테헤란밸리 곳곳에서 열리는 eCEO 교육을 받으면서 디지털경영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몸집이 가벼운 이들 중 일부는 발빠르게 기업 자체를 인터넷 비즈니스를 위한 지주회사로 바꾸거나 비즈니스 환경을 일거에 인터넷 환경으로 전환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중소·중견업체들은 ASP사업의 등장으로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인터넷 환경을 손쉽게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정보화의 소외지대였던 중소·중견기업도 이제 얼마든지 디지털경영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디지털경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기업업무에 인터넷 환경을 도입하고 전자상거래에 눈을 뜬 것은 말 그대로 디지털경영의 단초에 불과하다.
네트워크·고객만족·속도를 무기로 수확체증을 도모하는 디지털경제는 변화무쌍하다. 적도 없고 아군도 없다. 정도도 없도 예측도 힘들다. 도움만 된다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지만 결국 1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냉엄한 세계이기도 하다.
변화에 신속·적절히 적응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길만이 디지털경영의 유일한 법칙이다. 그래서 인터넷이란 바다에 먼저 뛰어드는 자가 신대륙을 먼저 발견하고 먼저 발을 디딜 가능성이 높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이 말은 디지털시대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우선 뛰어들어라,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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