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도 벤처 열풍으로 몸살

은행이 벤처 열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벤처기업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영입이 늘면서 행원들이 잇따라 자리를 옮기는가 하면 벤처기업을 직접 창업하는 행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은행원들은 대부분 전산개발과 심사 등을 담당했던 젊은 기술직 직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과장급 이상이나 일반 영업직원들의 이탈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일부 은행의 경우 올해들어서만 30여명의 직원들이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만 전산인력 4∼5명을 포함, 20∼30명의 직원이 벤처기업에서 새 출발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벤처기업은 물론 미래에셋 등의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긴 직원들이 20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는 전체 인력의 5% 이상에 달하는 인력이다.

신한은행의 직원들도 줄줄이 퇴사, 올해들어서만 10여명의 직원이 은행을 떠났으며 한미은행도 5명의 인력이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은행원들이 이처럼 안정된 직장을 떠나 벤처기업으로 잇따라 자리를 옮기는 것은 우선 스톡옵션을 받음으로써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릴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연봉은 은행보다 적은 경우가 많지만 스톡옵션이 큰 매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은행이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고 더욱이 총선 후 2차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 은행원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아예 직접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외환은행에 재직중인 S 과장은 3월 말까지만 근무한 뒤 4월부터는 벤처기업을 창업, 벤처기업 경영인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또 한미은행을 퇴사한 모 과장은 최근 재테크 및 세금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벤처기업을 차렸다.

특히 최근에는 자리를 옮긴 직원들의 중계로 인한 인력이탈 도미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직원관리에 비상이 걸렸고 일부 은행에서는 직원이 이탈한 부서장들에게 책임을 묻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으며 전 행원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제, 개방형 인사제도 도입 등을 모색하는 등 대안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은행들은 행원들의 벤처행을 막을 만한 파격적인 보상을 주기가 어려워 벤처 붐의 열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인력들의 이탈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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